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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비행기 추락 사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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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레흐 카친스키(61) 폴란드 대통령 부부를 태운 대통령 특별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96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AP·AFP통신 등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를 태우고 바르샤바에서 출발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56분(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에 접근하다 추락했다.

세르게이 안투피에프 스몰렌스크 주지사는 “사고기가 착륙 시도 중 나무 꼭대기에 부딪히면서 추락했고 기체가 산산조각 났다”고 발표했다.

사고 비행기에는 카친스키 대통령 외에 중앙은행 총재, 육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탄 것으로 보도됐다.

하루아침에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을 한꺼번에 잃은 폴란드는 큰 충격에 빠졌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사고 직후 비상각료회의를 소집해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조종사가 무리한 착륙을 감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항 관계자들은 “당시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전했다. 안드레이 예프세엔코프 스몰렌스크주 대변인은 “(기상이 좋지 않아) 조종사에게 (스몰렌스크 인근) 민스크에 착륙하라고 권했지만 이곳에 착륙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추락 원인은 착륙을 위해 접근하던 중 조종사가 실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행기 자체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비행기가 그간 숱한 항공 참사를 낳은 기종인 Tu-154이기 때문이다. Tu-154는 1970년대 초반 취항 이후 지금까지 66건의 사고를 냈다. 지난해 7월엔 이란에서 추락해 168명이 사망했다. AP통신은 폴란드 당국도 기종 교체를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이 기종을 계속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초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카틴숲 학살사건’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카틴숲 학살사건이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40년 당시 소련 비밀경찰(NKVD)이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카틴숲에서 폴란드인 2만2000여 명을 살해한 뒤 암매장한 일이다.

푸틴 총리는 70주년 추모식에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처음으로 초대해 양국 간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으나 그동안 러시아 정부를 비판해 온 카친스키 대통령은 초대하지 않았다.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AFP통신에 “상상할 수도 없는 참사이자 비극”이라고 울먹이면서 “소련은 70년 전 카틴에서 폴란드인들을 대량 학살했고, 오늘은 폴란드 엘리트들이 학살당한 사람들을 애도하러 그곳에 가다 목숨을 잃었다”고 슬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 직후 투스크 폴란드 총리 앞으로 조전을 보내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폴란드 국민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폴란드 자유화와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카친스키 대통령의 열정과 폴란드 발전에 기여한 많은 업적은 폴란드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2008년 한·폴란드 수교 20주년을 맞아 국빈 방한했으며 이 대통령은 지난해 폴란드를 공식 방문했다.

각국 정상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사고 직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푸틴 총리를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 줄 비행기록장치 중 하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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