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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 없게 된 경찰 … 유흥업소서 돈 뜯고 지하철서 성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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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하고 안마시술소에서 돈을 뜯는 등 경찰의 비위 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경찰관과 유흥업소의 유착관계를 수사하는 등 자정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찰은 끊이지 않는 내부 사고에 당황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7시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복잡한 승강장에서 30대 남성이 김모(40·여)씨의 허벅지를 만졌다. 김씨는 즉각 신고했다. 남성은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양모(35) 경장이었다. 지하철경찰대는 양 경장을 성추행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양 경장은 “먼지가 묻어 있어 털어주려 했을 뿐,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지구대에서 순찰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관이 경기도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돈을 뜯기도 했다. 서대문서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박모(37) 경사는 이달 6일 고양시 일산 지역의 안마업소 2곳을 친구 박모(37)씨와 함께 찾았다. 박 경사와 친구는 “경기경찰청에서 성매매를 단속하러 나왔다”며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100만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마시술소 주인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바람에 이들의 ‘경기도 경찰 사칭’ 행위가 들통났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도망쳐 잠적했다. 그러나 박 경사는 7일 소속 경찰서인 서대문서에 자수했다. 서대문서는 박 경사를 대기발령했고 조만간 파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8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선 황당한 풍경이 연출됐다. 강남의 유흥업소 주인 10여 명이 ‘표적단속 철회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한 남성은 경찰관 제복까지 갖춰 입고 종업원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퍼포먼스까지 연출했다. 이날 시위는 집회신고를 마친 합법적인 것이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업소는 최근 경찰관과 유흥업소의 유착관계 수사를 받던 곳이었다. 서울경찰청은 유착관계 수사를 위해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주점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업주들은 “종업원들이 대거 그만두는 등 영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유흥주점의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느냐”며 “이번 기회에 비위 경찰관을 철저히 수사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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