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대구 동부경찰서 용계파출소 손병한 경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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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 동부경찰서 용계파출소 손병한(孫炳漢.36)경장.

홀로 된 노인들의 '말동무' 가 되는 것이 그의 또다른 일이다.

그가 노인들의 손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1999년 12월. 말을 더듬는 음경숙(96.동구 신기동)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난 뒤였다.

당시 근무하던 안심파출소에 전화가 걸려왔으나 음할머니가 말을 많이 더듬어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겨우 주소를 알아낸 그는 전화를 끊은 뒤 개운치 않아 할머니를 직접 찾아갔다.

6.25전쟁때 월남해 61년 남편과 사별한 음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었다. 너무 외로워 무작정 파출소 등에 전화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냉대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사정을 들은 孫경장은 음할머니의 말동무가 되기로 했다. 수시로 할머니 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시장을 봐주거나 은행.병원.약국 심부름 등을 도맡았다.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하수구가 막혀도 내 일처럼 해결하고 명절.어버이날 등에는 선물을 전하거나 다과를 대접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던 음할머니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孫경장을 손자처럼 대했다. 음할머니는 "너무 고마울뿐" 이라고 했다.

孫경장은 최근에는 조손만(85)할머니 등 용계파출소 구역 노인 5명을 더 돌보고 있다. 혼자 순찰을 돌거나 비번이면 이들을 찾아간다.

93년 결혼해 두 딸을 둔 孫경장은 99년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을 못하는 장인(83)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효자' 로도 소문나 있다.

孫경장은 "홀로 된 노인은 말동무가 없다" 며 "주위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이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며 겸손해 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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