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맛집풍경] 도산사거리 '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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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우리가 흔히 중국음식점으로 말하는 '중국집' .

이곳의 대표 메뉴는 누가 뭐래도 자장면이다. 시킬 때마다 짬뽕.우동 등을 놓고 갈등 하지만 대부분 결론은 자장면이다. 주머니가 두둑하면 군만두.탕수육도 곁들이지만 이들도 자장면의 들러리 메뉴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사거리에 있는 '현경(賢京)' 도 중국집이다. 그러나 이집의 대표 메뉴는 자장면이 아닌 짬뽕이다.

중국집이 국내에 들어온 이래 자장면 아래 2인자로 머물러 있던 짬뽕이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떨쳐내고 수위로 올라선 것이다.

전국을 통털어도 단일메뉴로 짬뽕이 자장면을 누른 중국집은 이곳 밖에 없을 것같다.

그럼 이 식당의 짬뽕은 어떤 것일까. 여느 중국집 짬뽕과 똑같은 것이었다면 이 곳에서도 자장면과 자리바꿈은 일어나지 않았을께다.

현경의 짬뽕은 볶음 짬뽕. 일반 짬뽕에 들어가는 해물.야채와 면을 함께 볶은 것으로 국물이 거의 없다.

쉽게 설명하면 분식점에서 파는 쫄볶기(쫄면을 떡볶기처럼 만든 것)랑 흡사하지만 모양을 따지면 짬뽕스파게티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중국집 주방경력 30년이 넘은 주인도 "이탈리아 스파게티에 버금가는 중국식 면요리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이 볶음 짬뽕" 이라고 설명한다. 그릇도 짬뽕 그릇이 아닌 둥근 접시에 담겨 나온다.

현경의 볶음 짬뽕에는 양파와 당근 뿐 아니라 오징어.홍합도 눈에 띄고 호박.부추.대파.배추도 있다. 특히 오징어는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싱싱한 재료를 쓰는가 보다. 국물은 일반 짬뽕 국물을 농축한 듯 걸쭉하다.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실 수는 없지만 숟가락으로도 칼칼함을 만끽하기엔 충분하다.

이 집엔 테이블이 불과 12개. 점심시간에 손님이 가득 차도 48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경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줄잡아 1천명. 이중 절반 정도는 볶음 짬뽕을 시킨다고 한다.

하루 24시간 영업하지만 그래도 낮과 밤 없이 온종일 손님이 북쩍대는 셈이다. 아침.점심.저녁 등 식사 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기본. 심야에는 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식사하는 택시기사도 많다. 다소 한가한 시간은 오후 3~5시, 밤 10~11시, 오전 8~11시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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