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미애의원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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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민주당 당직자들이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언론에 대해 퍼붓는 막말은 적대감과 증오로 가득 차있어 살기(殺氣)마저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엊그제 민주당 추미애(秋美愛)의원이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특정 신문을 지칭해 '×같다' 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고, 야당총재를 '놈' 으로 호칭하는 기상천외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참으로 민망스럽고 참담한 기분이다. 민주당 초.재선 그룹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장래가 촉망되는 몇 안되는 여성의원 중 한사람인 秋의원의 이런 언동은 분명 이성있는 정치인의 태도는 아니었다.

발언이 보도된 뒤 秋의원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민주당의 해명처럼 취중 실언이었다고 치자.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정치인이라면 술이 깬 뒤엔 바로 야당총재와 해당 언론사, 기자에게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했다.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도 술자리에서 벌어진 실수는 사과하는 것이 상식이다. 秋의원은 "대응하지 않겠다" 는 자세로 버티다가 오후 늦게야 사과문을 냈다.

그나마도 언론사에 대한 사과만 있을 뿐 야당 총재나 해당 기자에 대한 사과는 빠진 반쪽 사과에 불과했다. 지난번 민주당 정풍(整風)파동 때 보여준 의기에 호감을 가졌던 국민이나 지역구민들은 秋의원의 이런 언동을 뭐라고 자식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아예 한술 더 떴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자기당 의원 감싸기에 바빴다.

김중권(金重權)대표가 당직자와 의원들에게 언행에 자중자애하기를 당부한 것이 전부다. 민주당 대변인은 "취중 사석에서 한 말을 여과없이 보도할 만큼 언론자유가 만개하고 있다" 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그는 또 "공식 브리핑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다리던 기자들과 반주를 나누는 자리였다" 고 주장했다.

취재차 찾아간 기자 6, 7명을 상대로 한 자리라면 정치인으로서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게 상식이다. 민주당과 秋의원은 국민 정신 건강과 교육을 위해서도 제대로 사과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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