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피서길도 무척이나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도로나 잘 알려진 국도를 고집하다가는 오가는 길에 녹초가 되어 휴가의 의미가 퇴색해버릴지도 모른다. 이럴 때 '급하면 돌아가라' 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가로수길을 찾아봤다. 좀 돌아가더라도 환상적인 숲 터널을 드라이브하는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길들이다.
#1:전남 담양~전북 순창 24호 국도=국도 24호선 담양읍 석당간~금성면 원율리 5㎞ 구간. 왕복 2차로의 양편에 메타세콰이어 1천3백여 그루가 늘어서 있다. 한번이라도 지나 본 사람들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다.
키가 큰 것은 25m나 될 정도로 높이 곧게 자란 나무들이 잎이 있는 위쪽은 전후좌우로 맞닿아 그 아래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나무 하나하나의 수형(樹型) 또한 줄기(가슴 높이의 지름 25~35㎝)가 하늘을 향해 똑바로 치솟고 잔 가지와 잎들이 아주 긴 삼각형 모양으로 보기에 참 좋다.
요즘같은 여름은 녹음의 메타세콰이어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바깥 불볕더위는 저리 가고, 마음이 절로 경쾌하고 선선해진다. 가을에는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겨울에는 낙엽이 져 가지만 남고, 봄에는 잎들이 연두색으로 피어나 계절마다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가까이에 대나무의 생태.죽제품 등을 전시한 죽물박물관과 외성의 길이가 6.8㎞에 이르는 금성산성, 영산강의 발원지인 가막골의 용소, 추월산, 담양호 등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2:대전~금산 17번 국도=대전에서 금산을 갈 때 고속도로 대신 기존 국도 17호선을 이용하면 가로수 터널을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
대전시 동구 산내동에서 하소동 마달령(만인산)까지 8㎞구간(왕복 2차선)은 대전.충남지역 유일한 가로수 터널이다.
이 구간의 가로수(버즘나무 2천1백여 그루)는 60년도 도로 개설과 함께 심어졌다. 요즈음 나뭇잎이 하늘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 웬만큼 비가 와도 이 구간에는 빗방울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대전도심을 막 빠져 나와 가로수터널에 들어서기 직전 도로옆에는 대전의 명물인 숨두부.옻닭.보신탕 전문 음식점이 즐비하다.
또 포도.앵두.딸기 등의 지역 특산물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전-무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에는 가로수터널을 찾는 운전자가 적어 비교적 한가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3:마산~진동 해안길=마산에서 고성.통영쪽으로 가는 차량은 경남대 앞 사거리에서 곧바로 2번국도를 타고 진동면쪽으로 빠져 버린다.
그러나 경남대 앞 사거리에서 국립 마산결핵요양원과 가포 유원지를 지나 수정 검문소로 돌아 나오는 8㎞쯤 되는 가포 해안길을 이용하면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봄이면 아카시아 꽃향기, 7월이면 해송숲과 우거진 잡목 숲에서 나오는 온갖 나무냄새는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을 수 없도록 매혹적이다.
#4:제주시~서귀포 5.16도로=제주시에서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 휴게소를 지나 5분쯤 달리면 관광객들이 뭔가에 홀린 듯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곳을 만나게 된다. 키 5~10m의 고목들이 빽빽이 에워싸고 있는 3㎞구간의 아치형 터널이다. 제주 자생식물인 산딸나무.층층나무.굴거리나무 등 20여종이 군락을 이뤄 봄에는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정겹고, 요즘같이 찌는 날씨에는 삼림욕을 즐기는 기분으로 드라이브할 수 있다.
#5:평해~백암온천 백일홍 길=경북 울진군 평해읍 삼달리에서 온정면 소태리 백암온천 입구까지 17㎞ 구간 2차선 도로는 8월 이후 1백일 가량 2천5백여 그루의 백일홍이 일제히 붉은 꽃을 피운다.
이 길은 달빛이 교교할 때 더욱 멋있다. 약간 희면서 윤기 있는 백일홍 껍질(樹皮)이 달빛을 받아 '반질반질' 더욱 빛나서다. 관광객들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대로 '여자 속살처럼 빛나는' 백일홍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이 백일홍은 울진군이 1989년 5~6m간격으로 심은 18~19년생. 키가 4m 안팎이어서 아직 그늘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이해석.황선윤.양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