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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 와이드] 토종 민물고기 지킴이 삼총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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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릴적 마을 냇가에서 멱을 감다보면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친구들이 많았다.

토종 민물고기-.그러나 지금은 그 흔했던 물고기들이 환경변화로 사라지고 있다.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40대 세 남자가 뭉쳤다.민물고기 지킴이 3총사의 얘기를 소개한다.

1997년 가을부터 세 남자가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전남 함평군 국도 변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던 이세영(44)씨와 인테리어업자 박종람(43)씨,인쇄소에 다니던 곡성 출신의 김동민(42)씨.

고향은 물론이고 직업마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연결고리는 민물고기였다.세명 모두 초등학교 시절부터 물고기 때문에 학교를 자주 빼먹은 공통점이 있었다.어른이 되서도 민물고기를 잡아 집에서 기르는 등 민물고기 매니어들이었다.

불혹(不惑 ·40세)을 갓넘긴 이들은 광주에 살면서 민물고기를 쫓아다니다가 만나 의기투합한 것이다.

“민물고기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일부 종은 멸종 위기까지 맞고 있는데,이를 보호하려면 우선 알아야 한다.”

낮에는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밤에 서적과 인터넷으로 민물고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주말과 휴일이면 함께 물가로 나가 물고기를 찾아 나섰다.

“처음 접하는 물고기를 보고 신종(新種)을 발견했다고 흥분하다가 어류 도감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전방에서 군복무할 당시에도 부대 인근 냇가 한쪽을 막아놓고 물고기들을 길렀다는 것이 朴씨의 회고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한 종 한 종씩 물고기를 모아서 전남 함평군 학교면 고막리에 있는 李씨네 휴게소 한켠에서 기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새미란 고기를 채집하다 통발 고기잡이꾼으로 신고당해 공무원들에게 조사를 받는 등 해프닝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봄부터 朴씨와 金씨는 생업을 아예 접고 경제적 사정이 나은 李씨에게 월급을 받으면서 민물고기의 친구가 되었다.민물고기 탐사와 채집이 본격화된 것이다.

金씨는 “전국의 강과 계곡 가운데 들어가 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며 “야행성 어종의 생태를 살피기 위해 차가운 물 속에서 부들부들 떨며 밤을 샌 날도 많다”고 말했다.

채집한 물고기는 산소 주입 장치를 갖춘 승합차에 옮기고 돌보면서 한번 광주를 떠나면 3∼5일씩 돌아다녔다.

민물고기가 늘어갔고 李씨는 휴게소 한쪽에 지난해 5월 민물고기 전시관을 지었다.내친김에 ‘한국민물고기생태관’이란 간판까지 내걸었다.

지난해 4월부터 민물고기 인터넷 사이트(http://user.chollian.net/∼sun1322)를 운영하는 전부순(41)씨는 “이렇게 많은 민물고기를 모은 사람이 국내에는 한명도 없으며 민물고기 동호인들도 이들을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백10평의 생태관에는 높이 60㎝ ·폭 35㎝ ·길이 60∼1백50㎝의 소형 수족관 1백30여개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수족관 하나에 민물고기 한 종씩을 넣어 두고 있다.이른바 분류 수족관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붕어나 미꾸라지처럼 지천으로 널린 것들은 물론이고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종류도 많다.꺾저기 ·가는돌고기 ·큰줄납자루 ·임실납자루 ·얼룩새코미꾸리 ·부안지종개 ·미유기 등등.

퉁사리 ·미호종개 ·모래주사 ·좀구굴치 등은 전국 어느 전시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종 들이다.민물고기 1백여종 잘 전시돼 있다.

휴전선 이남에서 발견된 민물고기는 연어처럼 민물과 바닷물을 드나드는 2차 담수어를 포함해 모두 1백45종이다.민물에서만 사는 1차 담수어는 1백종이 채 되지 않는다.이 생태관에 1차 담수어는 거의 모두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천연기념물이어서 반입 절차를 밟고 있는 어름치 ·열목어 ·황쏘가리와 채집 허가를 신청 중인 꼬치동자개 ·두우쟁이 ·흰수마자 ·묵납자루 등도 곧 전시될 예정이다.

사재 5억원을 들여 생태관을 만든 관장 李씨는 “국내에 민물고기 전문 상설 전시관이 없어 은은한 아름다움을 가진 우리 물고기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사라져 가는 종들의 보존에도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정부산하기관인 내수면연구소 등에도 기껏해야 40∼50종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3총사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전시관 뒷편 부지 5만㎡에 연못 ·산란장 ·양육장 ·연구관 ·야생화 단지 등으로 구성된 어류 생태공원을 조성하고,어류 자연사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李씨는 “왜몰개 ·버들붕어 ·떡납줄갱이 등은 흔하다고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개체수가 줄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금부터라도 민물고기 보호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평=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 생태관 가는 길

한국민물고기생태관은 함평군 학교면 고막리,목포로 가는 1번 국도 변의 함평천지휴게소 한켠에 있다.광주에서 약 40㎞ 거리.살아 있는 한국의 민물고기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민물고기’같은 어류도감이나 인터넷을 통해 기본적인 것을 공부한 뒤 관람하는 게 좋다.

민물고기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등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초 ·중 ·고교생 1천5백원,가족권(어른 두명,어린이 두명)6천원이다.단체 관람은 어른 1천5백원,어린이 1천원.061-323-1007.

등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초 ·중 ·고교생 1천5백원,가족권(어른 두명,어린이 두명)6천원이다.단체 관람은 어른 1천5백원,어린이 1천원.061-323-1007.

등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초 ·중 ·고교생 1천5백원,가족권(어른 두명,어린이 두명)6천원이다.단체 관람은 어른 1천5백원,어린이 1천원.061-323-1007.

*** 김익수 전북대 교수 인터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고기를 좋아하긴 하는데,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먹거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국민물고기생태관 조성과정에서 자문을 많이 해 준 어류학자 김익수(58 ·전북대 생물과학부)교수는 민물고기를 ‘자연의 유물이고 유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특히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고유 어종들은 문화재처럼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기가 작아 먹을 게 별로 없지만 생물학적 가치는 대단한 쉬리·각시붕어·돌상어·얼룩새코미꾸리 등까지 잡고기 정도로 알고 먹어치우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金교수는 전국 수계 통합사업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이 사업은 5대 강과 서해안의 15개 담수호를 2백60㎞의 수로로 연결하는 것으로,농업기반공사가 수자원의 지역간 불균형을 바로잡아 상습적인 가뭄을 해소한다며 추진하려는 대역사다.

“수계(水系)마다 독특한 생물상을 가지고 있는데 각 수계의 물들을 합쳐버린다면 생태계가 교란될 게 분명하니까 추진에 앞서 신중하게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합니다.”

격리되어 있던 생물종들이 섞이면 특정 종이 번성하고 이것이 희귀종 멸종을 가속화하고 교잡종까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생물지리학적 분단현상이 깨져 종의 분화가 멈추고,민물고기를 통한 한반도의 지리사 연구도 불가능해진다고 걱정했다.

金교수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큰 업적으로 꼽히는 신종 발표를 1975년 참종개를 시작으로 지난해 얼룩새코미꾸리까지 15종이나 했다.93년 한국인 생물학자로서는 매우 드물게 종(種)이 아닌 속(屬)에 그의 이름을 딴 ‘익수키미아’가 생겼을 정도로 생물학계에 많은 업적을 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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