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파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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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노총이 5일 하루 시한부 연대파업을 선언함에 따라 산업현장이 다시 긴장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특히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일부 가세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심상찮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어 7일 전국 규모 정권퇴진 결의대회, 22일 10만명 서울상경 투쟁 등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도 심각한 갈등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산업현장이 이렇듯 끊임없이 소모적인 갈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어떤 상황이며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물론 경기침체가 노동자들의 책임만은 아니지만 회복에는 그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란 점을 인식, 경제활동과 대외신인도에 충격을 주는 강경일변도의 투쟁노선을 지양하고 공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협상의 자리로 나올 것을 당부한다. 경제가 살아야 해고가 줄고 일자리도 생길 것 아닌가.

민주노총은 특히 시민.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가두시위나 과격행동은 중단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종로지역 상인들에 이어 명동 상인들이 시위 때문에 장사를 못하겠다고 호소하고 나섰을까.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수많은 상인의 권리는 침해당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특히 민주노총이 정권퇴진 등 정치적 이슈를 들고 나오는 것은 노동운동의 순수성마저 퇴색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단병호(段炳浩) 민주노총 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검거령을 풀고 대통령 면담이 이뤄지면 자진출두할 용의가 있다" 고 말했다. 배경이야 어쨌든 수배 중인 인물의 이런 요구는 민주적 법절차를 무시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과 재계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정부는 걸핏하면 '엄단' 을 내세우면서도 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재계도 왜 노동계가 이런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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