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뿌리 찾기' 사업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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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년반 후인 2003년 1월 13일이면 한국인의 미국 이민역사가 시작된 지 꼭 1백년이 된다. 재미동포 사회가 이민 선조들을 기리고 1백년사의 의미를 새기는 3개년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본부를 둔 '미주한인 이민 1백주년 기념사업회' 의 도널드 김(한국이름 김창원.73)회장은 3일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사업구상을 밝혔다.

총 39개사업에는 기념식.학술회의.출판.민속축제 등이 들어 있다. 사업회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90만달러(약 12억원)가 들어가는 이민사(史)다큐멘터리 영화제작이다.

金회장은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가 이를 전국에 방송하기로 이미 약속했다" 고 소개했다.

한국인 이민그룹이 미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03년 1월 13일. 성인남자 56명, 성인여자 21명, 그리고 소년.소녀.유아 25명 등 1백2명이 1902년 12월 22일 증기선인 갤릭호를 타고 제물포(현재 인천)항을 떠나 3주간의 항해 끝에 하와이 호놀룰루 제2부두에 도착했다.

金회장은 "이들의 대부분은 서울.제물포.강화 출신의 기독교 신자였으며 선교사들에게 이민의 나라 미국에 대한 얘기를 듣고 '쇄국(鎖國)의 조국' 을 떠나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하와이 상륙은 구한 말 쇄국정치에 묶여 한반도의 지평에만 머물던 조선인들의 세계관을 넓혔고 오늘날 세계 속의 한국인을 탄생시킨 사건이었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金회장의 부친도 이 배를 탔었다. 이민생활에 지친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1928년 金회장을 낳았다. 金회장은 경기고(45회).서울대를 나온 뒤 하와이로 이주했다.

金회장은 "최초의 하와이 이민자들은 하루 10시간 노동에 겨우 69센트를 받았으며 소득의 상당부분을 조국의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놓았다" 며 "1백주년을 맞아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후손들의 성취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사업회는 예산 6백만달러(약 78억원)를 하와이와 미국 다른 지역의 동포사회, 그리고 한국의 기업에서 모금하고 있다. 동참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동포 1인당 3달러씩 기부를 받고 있다. 하와이 주정부도 25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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