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포인트 전문선수 '숨은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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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해태 김성한 감독은 프로야구 팬들에게 독특한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기억되는 강타자다. 그러나 김감독이 프로야구 첫 해인 1982년 다승 7위(10승)를 거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김감독이 뛰어난 선수였음을 알 수 있으나 뒤집어 보면 철저한 분업화가 정착된 현대야구와는 거리가 먼 옛날 이야기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현대야구의 특징은 바로 분업과 통계다. 20년을 맞는 한국 프로야구도 왼손투수 전문타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왼손타자만을 상대하는 왼손투수들이 등장, 스페셜리스트 시대를 열고 있다. 찬스나 위기 때면 어김없이 등장,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팀의 숨은 보배들이다.

현대 김인호(34)는 왼손투수만 나오면 간판 톱타자 전준호를 밀어낸다. 지난달 10일 광주 해태전에서 왼손투수 레스가 선발로 나오자 김선수는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6 - 0 승리를 이끌었다. 김선수는 2회초 2사 만루에서 우중간 3루타를 터뜨리며 결승 3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통산 타율(0.227)은 저조하지만 왼손투수에게는 0.280(57타수 16안타)을 기록, 좌완투수 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선수는 "바깥 쪽에서 몸 쪽으로 휘는 왼손투수의 공을 공략하기 위해 크로스 스탠스와 밀어치기 타법을 연마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 LG 좌완투수 유택현은 왼손타자 전문 투수다.

올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58(31타수 8안타)로 수준급이다. 더군다나 홈런은 한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손타자에게는 피안타율 0.467(45타수 21안타)에 홈런도 5개나 맞았다. 이런 점 때문에 데이터 야구를 신뢰하는 김성근 감독대행 부임 이후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 기회가 오히려 많아졌다. 지난해 38게임에 출전했던 유선수는 3일 현재 28게임에 나왔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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