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들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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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요즘 이익을 남기기는 고사하고 하루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의류업체인 와이원어패럴 양석규(梁錫奎)사장은 “지금은 돈 많은 특수층에서 펑펑쓰고 있으며 이들은 주로 고가 수입품이나 유명 브랜드만을 찾아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梁사장은 “향토 브랜드 상품을 그나마 많이 팔아줬던 중산층이 무너진 상태”라며 “제조업체든,유통업체든 부익부 빈익부 현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가 브랜드 회사나 유명 백화점은 점점 비대해지는 반면 향토 백화점과 동네 슈퍼마켓 ·중소기업은 ‘죽을 쑤는’ 형편이라는 얘기다.

생활도자기 제조업체인 도예공방 엄명주(嚴明柱)사장은 “지금은 IMF 때보다도 상품이 더 안팔린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고 앞날을 예측할수 없어 시민들이 가진 돈 마저 안쓴다”고 전했다.

실업률 하락도 내용을 뜯어보면 별 의미가 없다.

일자리를 찾았지만 일용직 ·임시직이 대부분이다.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부산의 취업자 중 일용직 ·임시직의 비율이 40.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31.7%)보다 훨씬 높다.대구는 32.8%,대전은 32.3%,울산은 22%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정승진(鄭勝鎭)연구원은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주로 서비스업종의 일용직 ·임시직 자리여서 소득이 낮다”며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주력기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규직의 경우도 소득 수준이 낮은 섬유 ·신발쪽에 몰려 있다.

부산의 제조업 근로자 21만명 중 3만8천명은 섬유회사에서,1만9천명은 신발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임시직 ·저소득 직종에 몰려 있는 것은 ▶부산기업의 역외이전과 ▶IMF 이후 금융업계의 무더기 도산 ▶한 ·일 어업협정 이후 어업위축 등으로 일자리는 크게 줄었으나 대체할만한 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결국은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우수한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거나 자체적으로 키워야한다”며 “특히 전자 ·전기 ·금융 ·자동차 ·조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발전해야 근원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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