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아이패드 돌풍 계기로 IT 재도약 파도를 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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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대행업체 ‘몰테일닷컴’에 뜬 광고문구다. 알림을 올린 5일 하루 150건의 구매신청이 몰렸다. 일부 쇼핑몰은 발 빠르게 아이패드 액세서리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 제품을 선보인 지 닷새밖에 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출시 일정조차 불명확한데도 이렇다. 국내 정보기술(IT) ‘얼리 어답터(새로운 기기를 먼저 써 보길 좋아하는 이들)’들의 관심은 태평양 건너 아이패드로 쏠리고 있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아이폰’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출시 넉 달 만에 50만 대가 팔리는 ‘아이폰 쇼크’를 연출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이 세계 각국에 파고드는 동안 우리나라는 토종 모바일 웹 표준인 ‘위피(WIPI)’ 의무화 정책 등으로 외국산 휴대전화의 국내 진입을 막았다. 모바일로 급속히 진화하는 세계 인터넷 시장의 흐름에 ‘IT 강국’이라는 한국은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은 오늘날 IT 시장의 부인할 수 없는 리더다. 폐쇄 구조의 앱스토어, 고압적(?)인 마케팅 등으로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강자에 대한 시샘의 동전 앞뒷면이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IT업체들이 애플에 맞서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아이패드다. 초반 돌풍에도 불구하고 성패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기존 전자책(e-북)이나 넷북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이라는 데는 이의가 별로 없다. 아마존·소니 등 앞서가는 전자책 업계도 아이패드를 의식해 변신을 꾀한다.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전자책 제조업체들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폰처럼 국내 도입을 미룬다면 뒤늦은 ‘아이폰 충격’처럼 혼란을 겪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관련 생태계는 또다시 세계 흐름에서 뒤처지게 된다.

애플은 IT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생전에는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하지만 맞을 매는 먼저 맞아야 한다. 아이폰처럼 충격을 한꺼번에 몰아서 받는 일을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아이패드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아이패드에 LG전자·삼성전자의 부품 상당수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도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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