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 안에 또 다른 당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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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대표가 최고위 연 그 시각, 정동영 등 비주류는 ‘쇄신모임’7일 ‘민주당 쇄신모임’에서 이계안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배숙·김재균 의원, 이 전 의원, 천정배·김영진·이석현·장세환·최규식·문학진 의원. [연합뉴스]

7일 오전 9시 국회에선 두 개의 민주당 회의가 열렸다. 하나는 국회 본관 205호인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다른 하나는 국회 의원회관 125호에서 열렸다. 민주당 대표실에선 정세균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주재했다. 같은 시간 의원회관 125호실에선 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천정배 의원 등의 사회로 ‘민주당 쇄신모임’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쇄신모임 회의에는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추미애·홍재형·김성순 의원 등 20명 가까운 비주류 의원들이 참석했다. 쇄신모임은 김영진·이석현·천정배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간사(조배숙·안민석·김재균 의원)에 대변인(장세환·최문순 의원)까지 별도로 두는 등 조직 체계를 갖췄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사실상 당 안에 또 다른 당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출범 당시 의원 30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특이한 건 비회원 체제로 모임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모임에 빗장을 걸지 않고 민주당 사람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해 세력을 확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동영·천정배·추미애 의원 등은 2001~2002년 새천년민주당 안에서 정풍·쇄신 파동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이제는 그 무대를 현재의 민주당으로 옮긴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과 쇄신모임으로 결집한 비주류는 이미 실력 대결에 돌입한 양상이다.

당장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5월엔 원내대표 경선도 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류 측이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해 비주류 측 인사들이 경선에서 불리해지자 비주류 측이 세 결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쇄신모임에선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당 지도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문학진 의원은 “배심원 선정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창일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기관이 당 지도부의 동생이 하는 곳이라는 유언비어도 흘러다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의 뒤 당 지도부에 ▶전문배심원의 선정 과정 공개 ▶현지배심원에 가중치 부여 ▶경선 여론조사기관 공개 등을 요구했다.

쇄신모임은 민주당 당권의 향방에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이 모임 소속인 호남의 3선 의원은 “정세균 대표 등 주류 측은 1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30명이 넘으니 우리가 주류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민주당 쇄신모임은

▶ 공동대표 김영진 이석현 천정배

▶ 간사 조배숙 안민석 김재균

▶ 대변인 장세환 최문순

▶ 참석자 박상천 김부겸 김영환 정동영 조배숙 추미애 강창일 문학진 박영선 박지원
양승조 정범구 조경태 최규식 김재균 장세환 전혜숙 최문순 안민석 김희철 김동철 강봉균
안규백 이춘석 이종걸 홍재형 김성순

※공개모임이어서 회원 개념은 아님

→[유권자 토론방] 선거 때면 나오는 고질, ‘명분 없는 변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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