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편의 우선하는 외국업체 휴가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국내기업들이 휴가제도를 많이 개선했다고 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7~8월에 다녀와야 하고 상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실정에는 변함이 없다.

연월차를 붙여 1주일 넘게 다녀오는 것은 웬만한 배짱 없이는 힘들다.

그러나 외국기업에서 휴가는 직원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한다. 사장을 포함한 직원 모두가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휴가를 아무 때나 얼마든지 길게 붙여 사용한다. 눈치를 봐야 하는 일도 없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휴가가 길어지고, 산후휴가 등 특별휴가가 넉넉한 것도 특징이다.

◇ 휴가는 원하는 때에 길게=볼보건설기계 코리아(http://www.volvokos.co.kr)의 박미영(26)씨는 지난해 여름 정기휴가(5일)와 연월차(5일)를 붙여 2주일간 북미 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회사 신숙경(31)씨는 올 여름 휴가를 두번에 나눠 다녀올 계획이다.

이미 지난주 연월차 4일을 사용해 6일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다음달께 정기휴가 5일을 추가로 쓸 예정이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외국기업에선 업무와 휴가를 적절히 조화해 업무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것을 권장한다" 며 "오히려 휴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시간운영의 계획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 말했다.

한국모토로라(http://www.mot.co.kr)는 지난해부터 여름 정기휴가를 없애고 연차를 대폭 늘렸다. 직원들이 시기에 구애받지 말고 효율적으로 휴가를 쓰라는 취지에서다. 입사한 지 1년이 되면 10일간의 연차휴가를 준다.

월차를 포함하면 1년된 사원도 연간 22일간의 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쉴 때 쉬게 하더라도 일할 때의 강도는 상당히 세다. 한국노키아의 김지원 부장은 "매일 업무상 처리해야 하는 전자서류 건수가 1백건을 넘는다" 며 "예전에 국내 기업에 있을 때보다 업무강도는 2~3배 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는 "특히 휴가 직전에 업무를 마치고 가려면 잠깐의 틈도 내기 어려울 정도" 라고 덧붙였다.

국내기업에선 최고경영자(CEO)가 휴가를 마음 편히 다녀오기 힘든 반면 외국기업에선 오히려 더 권장한다.

볼보건기 코리아의 에릭 닐슨 사장은 다음달 7일부터 25일간의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이미 두세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필요한 결재는 가기 전에 마무리하고 비상연락처만 남겨놓으면 된다. 그는 휴가 중 1주일을 자원봉사활동에 할애할 계획이다.

◇ 넉넉한 특별휴가=실적이 좋은 직원에게 특별휴가를 주기도 한다.

제약업체인 한국MSD(http://www.msd-korea.com)는 매년 30여명을 뽑아 유럽.북미.호주 등으로 1주일간 휴가를 보내준다.

한국피자헛(http://www.pizzahut.co.kr)은 매년 1백명을 선발, 1주일간 특별휴가를 보낸다.

택배업체인 페덱스 코리아(http://www.fedex.com/kr)는 큰 프로젝트가 끝난 후엔 지사장의 재량으로 1주일 가량의 휴가를 줄 수 있게 한다.

제약업체인 아벤티스 파마(http://www.aventis. co.kr)는 정년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한달간 유급휴가를 준다. 퇴직 후의 생활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