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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100인 "경조사 거품빼기 나부터 솔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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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의 혼.상례(婚.喪禮)문화는 사치와 낭비 탓에 크나큰 사회적 병폐로 얼룩져왔다. 이를 일부 사회지도층이 주도해왔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 2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된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1백인 선언' 의 한 구절이다.

학계.종교계.법조계.시민단체 등의 인사 1백명이 경조사 문화의 '거품' 빼기를 앞장서 실천하겠다는 결단을 하고 나선 것이다. 3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의장 孫鳳鎬 서울대 교수)가 주관하는 운동이다.

행사는 선언적 캠페인이 아닌 '직접 실천' 을 약속한 자리여서 주목을 끌었다.

선언에는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고건(高建)서울시장.김상하(金相廈)삼양사 회장.손길승(孫吉丞)SK그룹 회장.강영훈(姜英勳)세종연구소 이사장.이세중(李世中)전 대한변협회장.김천주(金天柱)주부클럽연합회장.한승헌(韓勝憲)전 감사원장.김태길(金泰吉)서울대 명예교수.시인 신달자(愼達子)씨.김순권(金順權)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봉두완(奉斗玩)대한적십자사 부총재등이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일부 사회지도층이)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혼.상례를 치르는 것을 오히려 부끄럽게 느끼도록 하는 풍조를 만들고 있다" 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하객수를 신랑.신부측 각 1백명 이내로 한정▶화장(火葬)권장 등 구체적 내용을 담은 '8개 실천지침' 도 함께 채택했다. '호화 혼례의 주례를 거부하고, 인쇄물에 의한 부고(訃告)는 안한다' 는 내용도 담았다.

고건 시장 등은 이미 본인의 화장 의사를 밝힌 상태다.

孫의장은 "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라' 는 유언을 써놓았다" 면서 "주례 요청이 있어도 유명 호텔일 경우에는 사양해야 하는 등 이 운동 동참자들이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 이라며 지도층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얼마 전 주례를 청한 제자 중 한명이 이런 자신의 뜻에 따라 식장을 평범한 예식장으로 바꾼 일화도 소개했다.

孫의장은 또 "지난해 사촌 이내의 하객들만 초대해 조용히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가 친구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며 "경조사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 라고 강조했다.

생활개혁협 운영위원장인 봉두완씨는 "1백명 이상 모이는 결혼식에는 아예 가지 않을 생각" 이라고 말했다.

강영훈 이사장도 "나와 내 가족부터 먼저 인식을 바꿔나가겠다" 고 약속했다.

협의회는 참여단체를 통해 혼.상례 문화를 바꾸기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호화 혼.상례 신고센터' (02-773-0416)(http://www.life21.or.kr)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 때 후보들에게 이 운동에 대한 동참 의사를 물어 그 여부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성시윤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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