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화산책] 북한의 단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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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 단오는 지난달 25일이었다. 단오는 설날.한식.추석과 함께 4대 민족명절로 꼽힌다.

남쪽에서 추석을 높게 치고 단오를 조금 낮게 치는데 비해 북한은 전통적으로 '단오 문화권' 이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명절을 쇠는 데서 남과 북의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다.

음력 5월 5일은 일년 중 양기가 가득한 날. 절기상으론 입하(立夏)에서 여름이 시작되지만 실제론 단오를 기점으로 초여름이 열린다. 그런지라 풍성한 녹음방초가 우거지는 절기다.

창포로 머리 감고 그네 뛰고 씨름판이 벌어지는 풍성한 명절이 단오다. 단오를 북쪽에서 높게 치는 이유는 현격한 기후차 때문이다. 겨울이 긴 북쪽에선 사람들이 따스한 여름을 더 기다리게 마련이다. 단오에 평안도나 함경도 사람들은 모처럼 따뜻한 초여름 햇살을 만끽한다. 남쪽에서 이 날이 되면 어느새 반팔 차림새가 되는 것과는 대비된다.

북쪽에선 추석이 된다 한들 햇곡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

반면 남쪽에서는 추석이면 햇곡은 물론 밤.대추 등 온갖 과실로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 같은 남한에서도 안동 같은 지역에서는 추석을 별로 치지 않는다.

추석에 아예 차례상도 보지 않는 집이 지금도 많다. 안동지역까지도 단오 문화권이기 때문이다. 강릉단오제가 유명한 것도 이런 이유다.

북쪽에선 단오라 해서 특별한 휴식은 없다. 그러나 모처럼의 명절놀이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서울에 남산이 있고 한옥골이 있어 단오장터가 벌어진다면, 평양에는 대성산이 있으며 대성산 민속놀이장이 있어 단오축제가 즐겁다. 널뛰기는 물론이고 떡치기 풍경 등 민속풍물이 선보인다.

개성의 고려박물관, 즉 예전의 고려성균관 마당의 단오놀이에도 주민들은 붐빈다. 화사하게 전통옷을 차려 입은 여인들이 장고와 북 장단에 맞추어 군무를 추고, 성균관의 고목나무 아래에서 그네뛰기와 윷놀이판을 벌인다.

남북의 문화차이가 분단 이후의 일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북쪽의 구들과 남쪽의 마루, 북쪽의 단오와 남쪽의 추석, 북쪽의 서도소리와 남쪽의 남도소리 등은 분단 이전의 고유문화다. 분단 이후 형성된 '북녘 사회주의문화' 와 분단 이전부터 있었던 '북녘 지역문화' 를 잘 식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무턱대고 남과 북이 다르다고만 할 게 아니라 왜 다르고, 언제부터 달랐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만하다. 북한 문화의 이해에는 총체적이면서도 역사문화적인 긴 안목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주강현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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