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수네 서울행, 남북관계엔 큰 상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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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탈북자 장길수군 가족의 서울행은 남북관계에 어느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본질적 대화' 를 가로막을 정도의 파장을 몰고 오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 및 관계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 결정적 악영향 없을듯=송영대(宋榮大)전 통일부차관은 "황장엽(黃長燁)망명 당시를 제외하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이번에 외무성 대변인까지 동원, 공개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번 사건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정면으로 거부하진 않아도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려 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발표는 장군 가족의 남한행을 기분 나쁘게 본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 이라면서 "이 사건이 남북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발생해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순 없겠지만 결정적 악영향은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이번 일을 주도했고, 남측이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처리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은 없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무성 대변인이 이번 일의 책임당사자로 남한당국이 아닌 UNHCR를 지목한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고 설명했다.

◇ "탈북자 처리 조용히 한다" =정부가 장군 가족들의 서울행 처리과정을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한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공개될수록 관련 당사국들을 어렵게 만들고 향후 탈북자 처리에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군 가족들이 서울에 도착한 30일 이들의 기자회견을 주선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길수군 일가족이 하루 먼저 입국한 길수군 형 등 다른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현 정부 하에서 탈북자 문제는 사실상 '먹을 것도 없으면서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鷄肋.닭갈비)같은 것" 이라면서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조용히 처리한다는 입장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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