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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에 정부재정, 연기금, 공기업 돈 활용 "내년 최대 10조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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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2004 당·정·청 경제 워크숍이 7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렸다. 이헌재 부총리(오른쪽 둘째) 등 참석자들이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여권은 내년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 최대 10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New Deal)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사업 등을 위해 7조2000억원을 투자하되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연기금의 재원도 활용할 계획이다. 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청와대와 정부, 열린우리당은 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당.정.청(黨.政.靑) 경제 워크숍을 열고 이런 내용의 '2005년 종합투자계획'을 밝혔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내년 중에 종합투자계획을 추진하고, 2006년부터는 예정된 지역 균형발전과 기업도시 건설 사업 등을 벌여 경기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개혁프로그램을 쏟아내면서 개혁이 정당하다는 생각 때문에 비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반성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일시적인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는 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는 "일자리 창출과 규제개혁, 노사관계 개선 등 단기적 대책과 뉴딜정책을 집행하면 3년 뒤 경제전망을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본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며 예산안 심의 때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내년에 재정.민간 분야 대규모 투자=산업자원부는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 중소기업, 신재생에너지 및 지역 균형발전 사업 등 4개 분야에서 모두 7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힌 민간투자법을 개정키로 했다. 현재에는 민간자본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주로 투자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학교시설, 노인 요양시설, 공공청사 등 10개 분야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올 4월 현재 여유 재원이 122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노인센터와 보육시설, 공공보건 의료시설,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권 매입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학연금도 대학기숙사와 같은 학교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헌재 부총리는 "부동자금이 생산 분야에 투자되도록 제3시장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투자 규모가 10조원 정도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해찬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두 차례 해외 순방이 끝나는 다음달 8일까지 행정수도 이전계획 무산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실현 가능성=한국형 뉴딜정책을 위한 재정부담은 장차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현 경제위기는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에 발생했는데 정부가 본질적인 치유책 대신 재정과 민간자본을 동원해 손쉽게 이를 메우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책사업을 벌이면 일시적으로 (경기회복이) 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나랏빚만 늘려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올해에 나랏빚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재정적자만 7조원을 넘길 정도로 재정여건이 악화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런 대규모 재정투자 계획은 빚만 더 늘린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석현 의원도 "많은 전문가가 연기금이 투자했다가 잘못돼 원금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다"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투자를 확대하는 것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는 "미국의 대공황 때 사용됐던 '뉴딜'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잠정적으로 '종합경제대책'이란 말을 쓰면서 새 표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종윤.김성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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