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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요즘 뜨는 파스타 가게, 4억 들여 딸과 하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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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창업을 위해 예비조사를 하던 과정에서 이씨는 몇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다. 운영 실무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고, 가게의 규모나 전문 조리사 채용 여부 등을 포함해 적절한 투자 규모를 결정하기도 힘들었다. 이씨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가게 운영 경험이 없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1년 후쯤 창업을 원하는 이씨를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이 컨설팅했다.

글=이종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경희 소장은 “파스타 가게는 10년 전만 해도 20대 젊은 여성이 주로 찾는 전문 음식점이었으나 최근에는 10대 청소년은 물론 30~40대 장년층으로까지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어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주방·서빙 인력에 대한 고정비 부담이 커서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며 “치밀한 시장조사와 업계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스타 가게는 카페테리아 형식의 ‘캐주얼 타입’과 와인 등 부수메뉴와 서비스를 강화한 ‘전문점 타입’ 두 가지가 있다. 이 소장은 “초보자가 전문점부터 도전하면 조리사 등 전문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50㎡(약 15평) 안팎의 소형 가게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초보자에게 소형 캐주얼 타입 유리

전업주부 이수미(왼쪽)씨가 서울 명륜동 ‘아이럽파스타’ 김재원 사장에게서 파스타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최근 도심에는 간편하게 파스타를 즐길 수 있는 캐주얼 타입의 파스타점이 확산되고 있다. 50㎡(약 15평) 안팎의 규모로 건물 한 개 층에서 운영할 수 있고 ‘테이크 아웃’도 가능한 소형 매장이다. 초보 창업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130㎡(약 40평) 이상의 대형 파스타 전문점의 경우 이탈리아 음식 전문 요리사 4~5명과 홀 서빙 인원 3~4명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주방 크기도 30㎡ 이상이 필요해 홀에 수용할 수 있는 고객 수가 제한된다. 점포 규모를 키우면서 서비스 품질도 향상해야 되기 때문에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과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결국 메뉴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야 한다. 매출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상당한 자금 출혈을 겪을 수도 있다.

반면, 50㎡ 안팎의 소형 파스타 가게는 주방을 7~10㎡(약 2~3평)로 줄일 수 있다. 냉동고·오븐·선반 등을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스테이크나 피자 같은 부대 메뉴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전문 요리사도 한두 명만 두면 된다. 인테리어를 카페형으로 단장하고 커피전문점과 병행하면 운영도 간편하고 수익 창출도 유리하다.

일반 음료와 파스타 중심으로 메뉴를 짜고 점포를 소형화했을 때 일반적으로 책정되는 파스타 가격은 1만원대 안팎. 초기 투자 비용은 1억5000만~2억원 정도다. 입지는 젊은 층이 많이 모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에 정하는 것이 좋다. 이 소장은 “인근에 일식 우동전문점이나 커피숍·도넛점·김밥전문점 등 분식형 업종이나 휴게 음식점류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며 “소형 파스타점에서 시작해 대형 전문 파스타점으로 점포를 넓혀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문 파스타점은 프랜차이즈가 바람직

130㎡대 이상 파스타 전문점 개설을 원할 경우 독립점보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가 유리하다. 원재료와 매뉴얼 등을 공급받을 수 있어 전문 주방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전문점 개설 초기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테리어 비용이다. 인테리어 비용은 대략 3.3㎡(1평)당 160만~250만원 수준으로, 원목 소재와 수입 자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살리는 게 일반적이다. 인테리어를 포함해 의자·탁자, 주방 설비를 모두 갖추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2억~2억5000만원 수준이다. 시내 중심가에 입점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은 대략 2억~4억원 선으로 잡아야 한다.

파스타 전문점의 경우 파스타 가격은 1만2000~1만5000원대로 올라간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구비하고 적절한 와인을 추천해줄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음식과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소장은 “나중에 점포를 양도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 2층보다는 1층 점포가 권리금 회수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수미씨의 창업 계획서

창업 계기 최근 TV드라마를 통해 파스타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딸과 함께 파스타 가게를 찾는 것이 취미입니다. 대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어 파스타 가게 창업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상호 미정 사업 내용 이탈리아 레스토랑, 파스타 전문점 자본금 4억여원

사업계획 정보 수집 → 이탈리아 요리 전문학원 수강 → 매장 체험 → 부동산 교육 → 입지 등 사업 타당성 검토 후 창업


Tip 파스타 가게 창업 성공하려면

1 입지와 주요 고객층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야 2 맛을 유지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중요

3 메뉴 개발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6개월 주기로 1~2개 메뉴 업데이트)

4 고객과의 감성 교류가 중요하므로 서비스 강화해야 5 2~3년마다 인테리어에 대한 재투자 염두에 둬야


이번 주 자문단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세종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과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여성부 창업멘토 등을 역임했다. 대기업과 대학에서 창업 강좌 및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잡투어 프랜차이즈 ‘아이럽파스타’ 체험

“고객과 계속 피드백, 6개월에 1~2개 새 메뉴 개발해야”

[중앙포토]

이수미씨는 파스타 프랜차이즈 ‘아이럽파스타’의 김재원 사장이 운영하는 점포(서울 성균관대 앞)에서 지난 2일 직업 체험을 했다. 전문 멘토와 연결돼 현장에서 노하우를 얻는 ‘잡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본지는 일만나 사이트(joins.incruit.com)에서 신청을 받아 체험자를 선발한다. ‘잡투어’ 사업을 하는 ㈜C&S마이크로웨이브(www.job-tour.co.kr, 031-777-2299)가 무료로 실시한다.

이씨의 멘토로 나선 김재원 사장은 “파스타 가게라고 해서 다른 외식업과 서비스 원칙이 다른 것은 아니다”라며 “손님이 원하는 것을 빨리 알아차려 이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성공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씨에게 우리나라 고객들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을 책정한 메뉴를 개발하도록 주문했다.

체험은 오전 7시에 시작됐다. 맛을 좌우하는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을 구매하는 요령을 배우기 위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했다. 김 사장은 “새벽시장을 체험해봐야 신선한 재료가 어떻게 수급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원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며 “야채와 해산물은 단골 거래를 통하면 좋은 가격 조건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식자재는 도매상인에게 주문하면 배달해준다.

매장으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조리 체험을 진행했다. 먼저 면을 삶은 다음 소스와 배합해 불로 익혀보는 실습을 했다.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의 경우 불 처리를 통해 해물의 잡냄새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크림 소스 스파게티는 조리를 2~3분 안에 끝내 크림이 흥건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 조절에 실패하면 크림양이 부족해 만족도가 떨어지고 크림의 고소함도 잃기 쉽다. 특히 맛의 처음과 끝을 결정하는 밑간을 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파스타 특유의 느끼함을 적절히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씨는 부수 메뉴인 리조토와 피자 조리 체험도 했다. 김 사장은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젊은 층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함께 파는 것도 좋다”며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면을 미리 삶아 놓는 등 조리 준비를 미리 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젊은 층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지의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경우 파스타 가격이 1만2000~1만5000원 정도 하는데, 소규모로 점포를 열고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식재료와 매뉴얼을 공급받으면 가격을 그 절반까지도 낮출 수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가에 점포를 개설한 ‘아이럽파스타’의 경우 파스타 가격을 7500원 선까지 낮춰 한 달 평균 3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잘만 운영하면 월 순이익 1000만원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결국 음식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맛”이라며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레시피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메뉴의 맛에 대해서도 고객으로부터 끊임없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평균 6개월에 1~2개 메뉴는 새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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