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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말 달고 사는 R&B 톱스타 에이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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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계 미국 팝스타 에이머리는 새 앨범 ‘인 러브 앤 워(In Love & War)’ 한국판에 걸그룹 포미닛과 함께 부른 노래를 실었다. 그는 “포미닛은 힘이 넘치면서도 섹시한 무대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미국 팝 스타 에이머리(30)는 ‘마미(mommy)’라 하지 않고 ‘엄마’라고 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말을 거의 못 하지만, 유독 ‘엄마’란 말은 달고 사는 듯했다. 새 앨범 ‘인 러브 앤 워(In Love & War)’를 들고 최근 한국을 찾은 R&B 가수 에이머리.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한국은 분명한 제 일부분이죠. 자라면서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고 한국 노래나 문화를 배우기도 했죠. 한국말이 서툰 게 흠이지만 저도 정말 한국인(very Korean)이랍니다.”

어린 시절 그는 한국 교민 교회를 다녔다. “성가대는 아니었지만 교회에서 노래를 자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말로 “예수 이름으로 승리를 얻겠네~”찬송가를 즉석에서 불렀다. 하긴 자신의 등과 허리 사이에 ‘에므리’라는 한글 문신을 새길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한 그다.

“한국어를 읽고 쓰는 건 좀 하는데 듣고 말하는 게 영 서툴러서 큰일이에요. 한국어로 노래도 해보고 싶은데….”

한국과의 인연을 힘주어 말하는 이 여자, 실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뮤지션이다. 미국에선 ‘포스트 비욘세’로 불릴 정도로 톱 클래스를 넘보는 정상급 가수로 성장했다. 2002년 데뷔 이후 모든 앨범을 빌보드 R&B 차트 톱10에 진입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2004년엔 영화 ‘대통령의 딸’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배우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고등학교 졸업반 때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어릴 때부터 제 노래가 남들과는 좀 다르구나 생각했거든요. 어느 날 친구에게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맞장구를 쳐주더라고요. 노래가 내 운명인가보다 했죠.”

그는 조지타운대(영문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수 준비를 했다. 지금이야 섹시 댄스로 팬들을 사로잡지만, 대학 때만 해도 수줍은 여대생이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 그의 에피소드 한 토막. 어느 날 강당에서 노래하는데 문 곁에서 몰래 듣던 친구들이 환호하며 다시 한번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얼굴이 벌개졌지만 몸을 돌려 다시 노래했는데, “무대에 서는 기쁨을 체험했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에이머리는 대부분의 곡을 직접 쓰는 싱어 송 라이터다.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그의 노래는 200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R&B 앨범’ 후보에 오를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마디마다 가녀린 떨림이 묻어나는 독특한 음색은 그를 대표적인 솔(soul) 보컬로 꼽기에도 충분하다. 이번 앨범에선 정통 R&B에서 벗어나 힙합·록의 요소를 대폭 수용하는 등 새로운 음악 실험에도 열심이다.

“음악적으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편이에요. 특정 장르에 갇히고 싶진 않거든요. 앞으로도 여러 시도를 하겠지만 깊은 감정에 기반한 솔이 제 음악의 바탕이 될 거에요.”

이번 앨범의 한국판에는 걸그룹 포미닛과 함께 부른 ‘허드뎀 올(Heard’Em All)’이 담겼다. 그는 2007년에도 세븐과 공동으로 싱글을 발표하는 등 한국 가수들과의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언어 문제만 극복된다면 비·보아·원더걸스·세븐·포미닛 등 한국 가수들이 월드 스타로 성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에이머리의 한국 이름은 임미수. 어머니 이름(임미숙)을 따라 그렇게 부른단다. 미수의 엄마는 인터뷰 내내 곁을 지켰다. 종종 “엄마”를 찾는 미수는 영락 없는 어린 딸의 모습이었다. 한국을 제 가슴에 품은 이 당찬 미국 뮤지션. 그의 장대한 꿈은 이랬다.

“60, 70대가 돼도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세상은 변해도 음악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거잖아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드는 데 제 음악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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