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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읽을까] 일본 실체가 궁금할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연일 보도되는 역사교과서 왜곡 뉴스가 우리의 반일감정을 자극한다.

도대체 일본이라는 나라는 왜 저럴까.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렇다고 신경을 끄고 지내기에는 우리와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고 뭔가 알아보려고 다가서면 점점 아리송해지는 일본의 실체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처음 일본을 접하는 독자라면 『일본은 없다』(전여옥 지음, 푸른숲)로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여옥씨는 일본인의 관습과 의식에 나타난 모순적.위선적인 면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맞장구를 치며 읽다 보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철저하게 우리의 잣대로 일본을 읽어낸 대표적 사례다.

혹시 서양인이 일본을 욕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추악한 일본인』(프리드맨 바투 지음, 이목)을 읽기 바란다. 하지만 이런 유의 책들이 가져다 주는 통쾌함은 잠시 뿐이고 책을 덮고 나면 또 다시 일본의 존재는 갑갑하게 우리를 짓누른다.

반일감정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일본의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김현구 교수의 일본이야기』(창작과비평사)다.

와세다 대학에 유학한 김현구 교수는 당시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눈에 별나게 비쳐지는 일본의 모습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자연과 역사, 문화가 오늘날 일본의 사회와 가치관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갈파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아울러 역사교과서가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는 일본적 구조를 해부하여 예견함으로써 역사학자로서의 통찰력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의 문화코드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로서는 『일본문화사』(이에나가 사부로 지음, 까치)를 권하고 싶다.

이 정도의 기초적인 내공이 쌓이면 자신의 흥미를 끄는 분야로 접근할 수 있다. 『젓가락 사이로 본 일본문화』(노성환 지음, 교보문고)는 의식주와 종교문화에서 한.일간의 차이점을 요령있게 정리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일본인이 정리한 『섣불리 일본을 말하지 마라』(후카사쿠 미쓰사다 지음, 서울기획)도 참고가 될 수 있다. 특히 할복(割腹)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원한다면 위의 두 책이 해결해 줄 것이다.

나열된 지식들을 습득하는 지루한 작업을 하다 보면 다시 일본을 심층 분석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지적 호기심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어령 지음, 기린원)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이교수는 하나의 관점을 고집하며 섬세한 필체로 일본문화의 심층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앞으로도 한국인이 쓴 일본론의 고전으로 남으리라고 생각된다.

또 하나의 고전이라면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을유문화사)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 책의 고전적 생명력은 전반부에 있으니 후반부가 읽기 지루하면 주저말고 책을 덮어도 된다. 아울러 『일본문화의 숨은 형(形)』(가토 슈이치 외 지음, 한림대 일본학 총서, 소화)도 일본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하산하여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으면 마지막 테스트를 거쳐야한다.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가토 노리히로 지음, 창작과비평사)가 그것이다.

여기서 가토는 전후 고뇌하는 일본 지식인의 현주소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지금의 일본이 이렇게 뒤틀려 있는가를 정면으로 부닥쳐나가고 있다. 내용이 조금 어렵지만 문장이 정치(精緻)하여 정독의 재미를 맛보기에 적절한 텍스트라 하겠다.

조명철 <고려대 교수.동양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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