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가 미쓰비시 따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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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양희식

▶ 스페이스링크 초고속 핸드 드라이기 '바이오장풍'.

세계 '초고속 핸드 드라이기' 시장에서 일본 대기업과 겨루는 벤처기업이 있다. 현대전자 연구원 출신들이 만든 위성통신 장비업체인 스페이스링크다.

초고속 핸드 드라이기는 세계에서 미쓰비시(三菱)와 스페이스링크 두 회사만이 만든다. 이 제품에 5초가량만 손을 넣으면 초고속 바람이 나와 손을 말린다.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기존의 핸드 드라이기보다 성능이 훨씬 나은 제품이다.

스페이스링크는 최근 미쓰비시와 경합 끝에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액정화면(LCD)공장에 3억원어치의 핸드 드라이기를 수출했다. 2000억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쓰비시를 꺾은 것이다. 국내 주요업체도 스페이스링크의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LG화학.LG생활건강 등은 공장 생산라인의 클린 룸에 이 제품을 설치했다. 서울대.현대백화점 등의 공중 화장실에 이 제품이 들어갔다.

스페이스링크의 제품은 보통 핸드드라이기보다 2~3배 비싼 130만원이지만 미쓰비시 제품값의 절반도 안 된다. 이 회사의 양희식(42.사진) 사장은 "미쓰비시 제품은 손이 마르는 데 약 15초가 걸리는데 우리 제품은 5초면 되는 데다 제품디자인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평소에 손을 자주 씻는 버릇이 있는 양 사장은 공중 화장실에 설치돼 있는 핸드 드라이기로는 손이 잘 마르지 않자 초고속 핸드 드라이기의 개발에 나섰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전문 금형업체조차 곡선 모양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 1년6개월이 걸렸다. 금형비로만 14억원을 썼다. 시제품을 내놓을 무렵 미쓰비시가 이미 2001년부터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을 알게 됐지만 지난 4월부터 물건을 시중에 내놨다. 양 사장은 "초박막액정화면(TFT-LCD)을 붙여 동영상 광고를 볼 수 있는 차세대 핸드 드라이기도 곧 시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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