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화 대주주 감자조건 자금지원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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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석유화학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이 일부 채권금융기관의 반대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27일 채권은행 협의회를 열어 현대유화의 대주주들이 감자(減資)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대출금의 만기 연장 및 신규자금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일부 은행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오는 29일까지 서면 결의를 통해 현대유화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방안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협조융자 1천억원을 포함한 기존 대출금 2천4백21억원을 오는 10월 말까지 연장하고▶운영자금으로 8백50억원을 새로 지원하며▶2억5천만달러의 기한부 수입신용장(L/C) 사용한도를 10월 말까지 보장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하나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들은 대주주가 감자에 동의하더라도 현대유화에 대해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 서면 결의에서 유동성 지원방안이 통과될지 불확실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나.신한은행 등은 현대유화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추가 지원에 반대했다" 며 "유동성 지원방안 통과에 필요한 채권단 75%의 찬성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현대유화의 대주주 중 감자 및 경영권 포기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아직 없다" 면서 "이달 말까지 감자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유화의 부실에 대해 대주주와 채권단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확고한 원칙" 이라며 "대주주가 손실을 분담하지 않는 한 지원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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