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풀 새는' 국민방독면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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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개발기간 : 3년2개월,

개발.생산비(업체): 70억원,

1차연도(2000년)공급기한 : 2001.2. 28'

화생방 전쟁은 물론 화재대피 때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국민방독면' 사업의 기본 개발 계획이다.

하지만 70여억원을 투자한 이 방독면은 보급시한을 4개월을 넘긴 현재까지 단 한개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획예산처가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2차연도(2001)예산 및 공급계획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민방위사업으로 추진해온 '국민방독면'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 성능 미달한 시제품=국민방독면은 1998년 4월 기존의 화생방전(化生放戰)전용 일반방독면을 대체하기 위해 화재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도 정화하는 기능을 갖춰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제정된 국방과학연구소(ADD)규격에 따라 12월 조달청이 한 업체와 1차연도 공급계약(15만2천4백15개)을 체결했다. 하지만 납품 직전이던 지난 2월 최초 생산품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육군 화생방 방어연구소 시험에서 유독신경가스인 '사린' (상온에서 액체상태)이 스며 들어오는 것이 발견된 것. 이어 3월 2차시험 역시 불합격됐다가 지난달 봉제선 덧댐처리를 한뒤 3차 시험에서야 합격됐다.

완성품에 대한 품질일치성 검사는 시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와 화학방어연구소 사정으로 아직 실시도 못해 다음달도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 구입자금 확보 어려운 행자부=행자부는 국민방독면 1천9백만개를 2007년까지 전국 관공서 민방위대와 직장.일반 가정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약 6백만개에 대해서는 구입비의 10% 정도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차연도 사업예산 역시 기획예산처가 삭감해 행자부는 추경예산 중 지방교부세에서 24억원을 마련했었다. 또 구입비의 90%를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가격(3만2천9백원)이 기존 방독면의 두배라며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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