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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생리전 증후군… 소금·카페인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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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달마다 '그날' 이 되면 이유없는 짜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많다. 여기서 그날이란 평균 28일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리일. 남성들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평소 온순하던 여성이 갑자기 짜증을 내고 안절부절 못하며 사소한 일로 울어버리곤 한다.

심한 경우 두통.부종.복통 등 각종 신체증상과 함께 도벽 등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대개 생리 일주일 전부터 나타나지만 일단 생리가 시작되면 씻은듯이 증상이 사라진다. '생리전(生理前) 증후군' 의 대표적 증상이다. 생리전 증후군은 생리를 하는 가임기 여성의 20~40%가 경험하며, 3~8%의 여성은 화를 잘 내고, 긴장.불안.우울 등 정신적 고통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느낀다.

생리전 증후군은 몸과 마음에 모두 관여한다. 몸고생과 마음고생의 비율은 3대7 정도. 최근 생리전 증후군클리닉을 개설한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이만홍교수는 "최근 조사 결과 부종.소화불량.두통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한 여성은 21.7%인데 비해 불안.주의력결핍.긴장.우울.홀로 있고 싶은 반응 등 정신과적 증상을 호소한 여성은 78.3%였다" 고 밝혔다.

심한 경우 절망감과 공포감으로 폭식 등 식욕의 변화가 나타나며 불면증이나 어지럼증.자살 충동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

문제는 생리전 증후군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李교수는 "생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우리나라 사회문화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생리전 증후군을 여자라면 당연히 겪어야하는 숙명으로 생각해 참는 경우가 많다" 고 말한다.

생리 전에 쉽게 화가 나고 정서적 불안감을 보이는 여성들이 주위사람들로부터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오해받는다는 것.

그러나 생리전 증후군 역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 중 하나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소금.카페인.알콜.초콜릿을 줄이고 탄수화물(당분)이 포함된 음식을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주위 사람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특히 배우자나 남자친구 등 남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유없이 짜증내는 여성들의 논리를 내세워 탓하기보다 생리적 원인에서 비롯된 상황임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한 경우라면 치료가 필요하다. 이 경우 도움이 되는 치료는 약물치료. 현대의학은 생리전 증후군을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탓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생리전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세로토닌에 영향을 미쳐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교수는 "심한 생리전 증후군도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요법과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통한 인지치료를 통해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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