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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오늘 항생제 드셨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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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김석진 교수

이제는 항생제를 구입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전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본인이 어렸을 때만해도 항생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릴적 집안식구 중 누가 아프면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오는 건 내 몫이였다. 약국으로 달려가 어머니께서 일러주신 증상을 약사님께 열심히 설명하던 기억이 난다. “목이 좀 따끔따금 하고요, 열도 나구요, 기침도 나고 그래요” 의사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자상했던 그 약사님이 제조해 주셨던 약에는 십중팔구 항생제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항생제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에 항생제의 오용과 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 한 예로 이전에는 약에 잘 듣던 결핵균들의 대부분이 이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도 국가적 홍보와 교육, 의사의 처방전을 통한 항생제 사용 규제 등을 통하여 이 부분에 대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환자와 의사들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우리는 매일 항생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는 우리 먹거리에 항생제가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가축사료에 사용 된지는 오래이다. 미국통계자료에 의하면 제약회사에서 생산된 항생제의 30-70%가 동물에 사용된다고 한다. 항생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사료에 첨가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함이고 그 다음은 가축의 성장촉진과 몸무게를 효율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함이다.

가축을 들판에서 방목하거나 작은 규모의 우리에서 사육하던 과거와는 달리, 가축사육이 기업화, 대형화되면서 이제는 가능하면 많은 수의 가축을 최소한의 공간에서 사육한다. 이는 생산성 증가라는 측면에 기여를 하였지만 질병이 발생될 경우 질병의 확산속도가 빠르게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양계장의 닭들이 집단으로 죽었다는 신문 보도를 종종 듣게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감염 질환이 한번 발생하면 그 손실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항생제를 사료에 섞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항생제를 사료에 섞는 또 다른 이유는 항생제의 주목적인 질병의 예방 및 치료와 무관하다. 과학자들은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해 주면 가축의 성장촉진과 몸무게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동일한 양의 사료를 주더라도 항생제를 첨가한 사료를 먹은 가축의 몸무게를 15% 정도 추가로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의 사용은 사업적 관점에서 경제적인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가축에 대한 항생제의 지속적인 사용은 가축에 살고있는 박테리아가 내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정육점에서 구입하는 고기의 대부분에 항생제가 포함되어있으며 또한 항생제 내성균이 살고 있을 확률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에 다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살모넬라균이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유전자 연구를 통하여 조사한 결과 이 균이 기원이 식용가축일 가능성이 높다.

Fluoroquinolones는 인간에게 발생되는 다양한 감염성 질병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항생제 중 하나이다. 이 또한 오랜기간 가축사육에 흔하게 사용된 바 있다. 이약은 특히 양계장에서 많이 사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닭에게 발생할 수 있는 순환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사용된 항생제는 결국 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Campylobacter 박테리아의 발생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2005년부터 가축사육을 위한 이 항생제의 사용이 미국에서 불법화되었다.

이렇듯 제도적, 의학적 규정없이 가축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가 결국 그것을 먹게 되는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 감염 질환 빈도와 심각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낳았다. 이는 2003년에 유엔(UN)과 세계건강기구(WHO) 그리고 Food and Agriculture Oraganization(FAO), the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OIE)가 공동성명을 통하여 발표한 바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가축의 체중 증가를 위한 항생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석진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인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나무·물·산(www.vsl3.co.kr)의 대표를 맡아 바른 식생활과 유익한 균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칼럼 게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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