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개항 3개월… 부산 관광업계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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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천국제공항 개항(3월 29일) 이후 부산 관광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오는 외국 관광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항공은 탑승률이 크게 높아졌다.관광객들이 일본항공을 타고 부산에서 일본 오사카로 간 뒤 그곳에서 바로 유럽 ·미주로 떠나는 것이다.

관광업계는 "김해공항의 국제항공노선을 빨리 늘리지 않으면 부산관광업계는 더욱 어려워지며 일본항공사만 배불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관광객 감소=관광업계는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오는 외국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부산으로 오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린 뒤 김포공항을 거쳐 다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내려와야 된다.불편하고 관광비용이 많이 들어 관광객들이 기피한다는 것이다.

아름관광의 경우 인천공항 개항 전에는 매달 중국 관광객 2백여 명을 받았으나 개항 이후 70∼80명으로 줄었다.

이 회사 공석(孔石)사장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 관광객을 넘겨받아 부산에서 안내하는 관광업계가 고전을 하고 있다"며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교통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으로 직행=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이제는 비행기표만 확보되면 부산에서 일본을 거쳐 바로 외국으로 나가는 루트를 선택하고 있다.

부산에서 김포공항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려면 아주 불편하다.특히 김포공항에서 짐을 찾은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시 부쳐야 한다.

김해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를 거쳐 유럽이나 미주로 가면 짐이 자동으로 연결되고 최종 목적지에서 찾으면 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들이 먼저 일본루트를 요구하고 있다"며 "김해공항 →오사카 →미주 ·유럽 ·아프리카 교통편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제는 관광객을 모으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일본항공 반대급부=이런 현상 때문에 일본항공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부산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지난 4,5월 두달간 부산∼일본간 일본항공의 평균 탑승률은 79.2%로 지난해 같은 기간(72.1%)보다 7%나 늘었다.

부산∼오사카의 경우 4,5월 탑승률이 80.9%에 이른다.지난해 같은 기간 탑승률은 75.9%였다.

부산지방항공청 이삼근(李三根)운항주임은 "국제항공노선에서 탑승률 80%는 거의 꽉 찬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본항공이 큰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관광업계 사장은 "인천공항 개항 전에는 일본항공 직원들이 여행사를 찾아다니면서 비행기표를 팔았으나 이제는 거꾸로 여행사들이 로비를 해가며 표를 구하는 형편"이라며 "서로 표를 달라고 하는 바람에 일본항공 담당 직원들은 아예 휴대폰을 꺼놓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국제항공노선 증설시급=관광업계는 "굳이 국적 항공기만을 고집할 필요 없이 외국항공사라도 많은 국제 항공노선을 유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독일항공 비행기가 취항하더라도 우리나라 관광객이 나가는 만큼 그쪽에서도 타고 오게 돼 있어 손해볼게 없다는 것이다.

부산관광협회 권오식(權五植)과장은 "지금은 관광업계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산의 관광이 발전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며 "부산에서 일본을 거쳐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김해공항의 국제항공노선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權과장은 "전 세계로 뻗어가는 국제항공노선이 완전히 자리잡으면 영남지역은 대부분 부산에서 외국으로 나가게 되고 외국 관광객들도 부산으로 많이 찾게 돼 부산의 관광산업은 번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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