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만 보고 청약하는 '눈먼청약'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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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재건축에 이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도 '묻지마 청약' 이 성행하고 있다.

올들어 아파트 분양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자 이렇다 할 사전조사도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에 가담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공사 현장을 가보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분양하는 아파트의 층도 모르고 소중한 청약통장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건설업체의 마감재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져 모델하우스의 화려함에 현혹돼 청약하는 일반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착공하기도 전에 아파트를 미리 분양하는 선(先)분양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정보에 어두운 일반인들이 묻지마 청약에 가담하는 한 요인이다.

자세한 정보는 참조

◇ 청약 층수도 몰라=1순위 청약통장을 쓰면서 분양 물량이 몇 층인지, 몇 가구인지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3대 1을 기록했는데도 계약률은 33%에 그쳤다.

41평형 세가구를 공급하는데 1순위에만 39명이 몰렸으나 정작 계약은 한가구만 된 것.

분양회사측이 경위를 알아보니 대부분의 청약자가 "1층에 당첨돼 계약을 포기했다" 고 말했다. 회사측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평형은 세가구 모두 1층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층을 분양하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2년 이상 간직한 1순위 통장을 헛되이 사용한 것이다.

38명의 청약자는 청약 1순위가 되려면 다시 통장을 개설해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청약자들은 아파트 공급 공고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분양가도 모르고 청약하기 일쑤다.

◇ 모델하우스만 보고 청약=건설 현장을 가보지 않고 모델하우스만 보고 청약하는 이들도 많다.

분양업체가 건설현장의 정확한 행정구역을 밝히지 않는 것도 소비자들의 묻지마 청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런 현상은 용인.고양시 등 분당.일산 신도시 주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서 두드러진다. 모델하우스를 유동인구가 많은 신도시에 설치하기 때문에 현장이 먼 경우 가보지 않는 소비자들이 예상 밖으로 많은 것.

용인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A건설 관계자는 "수요자 가운데 10% 가량은 청약 전에 현장을 가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며 "계약 후에 뒤늦게 현장에 가보고 해약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고 전했다.

분양업체측이 택지지구와 비슷한 이름을 붙여 분양한 현장은 회사와 계약자 간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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