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자동차는 날고 금융·건설·기계는 추락’.
한국거래소가 5일 발표한 12월 결산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들의 업종별 2009년 실적은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해와 실적을 비교할 수 있는 565개사를 분석한 것이다.
가장 약진한 분야는 전기·전자다. 지난해 매출이 167조3010억원으로 전년보다 17.3% 늘었고, 영업이익은 5조4427억원에서 9조7401억원으로 79% 증가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 덕도 봤지만, 금융위기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린 공이 컸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업종의 경우 매출(114조7851억원)이 5.9%, 영업이익(8조2152억원)은 9% 증가했다.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해외에서 선전했고, 국내에서 노후차를 바꿀 때 세금을 깎아준 효과도 봤다.
금융은 매출(18% 감소)과 영업이익(-13.3%)이 모두 줄었다. 특히 은행이 부진했다.
건설은 외화내빈이었다. 매출은 8.5%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15.6% 줄고, 당기순이익은 8178억원 적자를 냈다. 전체 분양액을 완공 때까지 나눠서 매출로 잡는 회계방식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건설경기가 꺼지기 전인 2006~2007년의 분양 수입 일부가 지난해 매출로 잡힌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이익에서는 적자를 봤다.
기계 업종은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린 바람에 매출(5.7% 감소)과 영업이익(-25.5%)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규모로 따질 경우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외형 성장세를 보여줬다. 유가증권 시장 전체 기업들의 매출은 0.3% 감소했으나,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금융사 제외)은 3.5% 증가했다. 특히 삼성 계열사들의 매출이 134조3900억원으로 전체 유가증권 시장 업체의 15%를 차지했다. 삼성 그룹사들은 매출이 전년보다 17.6%, 영업이익은 42.3% 증가했다. 그룹별 매출 2위는 80조1565억원의 SK그룹이었다.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낸 기업은 465개(82.3%), 적자를 본 곳은 100개(17.7%)였다. 흑자 기업 비율은 2008년 71.6%에서 지난해 82.3%로 높아졌다. 부채 비율은 102.7%에서 95%로 7.7%포인트 떨어졌다.
유가증권 시장 영업이익률 1위는 엔씨소프트(44.1%)였다. 2위 역시 인터넷 업종인 NHN(43%)이었다. 다음은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38.5%)와 그랜드레저코리아(GKL·26.5%)가 차지했다.
◆코스닥, 흑자기업 증가=코스닥은 12월 결산법인 985개사 중 1년 전과 실적을 비교할 수 있는 859개사가 분석 대상이었다.
전체 당기순이익은 2008년 9018억원 적자에서 2조321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영업이익은 4조1632억원으로 전년보다 0.8% 줄었다. 상장사들이 제조와 장사를 잘했다기보다 원화가치가 안정되고 금리가 떨어진 덕에 영업외 이익이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매출은 77조14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5.5% 늘었다.
지난해 흑자를 낸 기업은 596개사(69.4%)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55.8%)보다 13.6%포인트 증가했다. 코스닥 흑자 기업 비중은 2004년 72.4%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세를 보여왔다. 올해 흑자 비중이 5년 만에 높아진 것은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지난해처럼 키코(KIKO:통화옵션파생상품) 손실을 본 기업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흑자전환 기업은 하림·심텍·서울반도체 등 148곳, 적자전환 기업은 코아로직·아이리버 등 81곳이다.
개중에는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기업들도 있다. 동화홀딩스는 영업이익이 1억2100만원에서 85억2700만원으로 늘며 증가율이 6900%를 넘었다. 이루온, 와이엔텍, 로엔, 동아화성 등도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부채비율(금융사 제외)은 76.7%로 전년보다 13.5%포인트 개선됐다.
조민근·하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