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남 국세청장, 야의원과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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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모두에서 그간 노고에 대해 한마디쯤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

안정남 국세청장은 25일 재경위에서 23개 언론사에 5천56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5천56억원을 받아내는 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 고 밝혔다.

◇ '정치권 로비 있었다' 공개=安청장의 단언은 이어졌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언론사 등 사회 지도층이 자성(自省)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 발전에 보탬이 되면 됐지 안될 리 없다. (언론사)파산도 없을 것이다" "(추징금을)뻥튀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조사 때 언론사에서)커피 한잔 얻어먹은 적 없다. 물은 먹었다. "

야당의 "관례를 벗어난 조사" 라는 공격에 대해 그는 "어느 세상 사람이 벗어났다고 하느냐" 며 "세무조사 결과 (추징금액이)많으냐, 적으냐를 쟁점화한 나라는 없다. '조사가 잘못됐다, 부정이 있었다' 고 지적하면 달게 받겠다" 고 받아쳤다.

'윗선과의 사전 교감 여부' 에 대해선 "없다. 발표 직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보도자료를 갖고 가 설명한 게 전부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는 보도자료만 줬다" 며 "세무조사를 결정했다는 10인 위원회 얘기는 나를 몰라서 나온 얘기" 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다만 정치권에서 전화를 받은 적은 있다. 모두 어떻게 하면 (세액을)깎아줄 수 있느냐 하는 내용이었다" 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의원은 "답답하다.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선 노고를 치하할 수 없다" 고 비꼬았다.

손학규(孫鶴圭)의원이 언론관을 묻자 安청장은 "언론은 다른 기업보다 고도의 도덕성.모범성을 보여야 한다. 제4부로서 사회를 감시.비판.계도하는 만큼 바른 언론으로 끌어가야 한다" 고 말했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安청장은 국민을 1백%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고 언론사엔 사형을 선고했다. 정권의 하수인이냐" 고 꼬집었다.

◇ '교각살우(矯角殺牛)조사' =이에 민주당이 발끈했다. 정균환(鄭均桓).정세균(丁世均)의원은 "정권의 하수인이라니" 하고 고함쳤다. 정균환 의원은 安청장에게 "국민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단호하게 하라" 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오전엔 손영래(孫永來)서울청장과 조사국장.23개사 팀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 안택수 의원이 "가벼운 종기에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해 교각살우한 조사였다. 실무자들이 나와야 한다" 고 주장했으나 민주당 이정일(李正一)의원이 "다음 기회에 논의하자" 고 거부, 한때 정회 소동을 겪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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