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남쪽사회 '홀로서기 도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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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힘들게 마련해 주신 기회니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성공한 탈북자의 본보기가 될 생각입니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사당동 광석교회에서 열린 한 북한 선교회의 탈북자 정기모임.

30여명의 참석자 중 다음달 강원도 원주에서 조그마한 두부공장을 열게 된 김경호(金京虎.36)씨 부부가 천기원(千琪元.44)전도사에게 들뜬 표정으로 전한 감사의 말이다.

1997년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두만강을 건너 탈북, 중국 옌지(延吉)에 머물다 지난해 남한에 온 金씨 부부는 선교회의 도움으로 다른 탈북자 두가족(8명)과 함께 두부공장을 운영하게 된 것.

千전도사는 탈북자 돕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북한선교단체 '두리하나선교회' 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선교회는 99년 10월 千전도사 등 목회자 10여명이 중국 선교여행에서 탈북자들의 비참한 실상을 접한 뒤 이들을 돕기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durihana.com)를 개설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듬해부터 국내 후원자 9백여명의 도움을 받아 중국 9개 도시에서 탈북자들의 쉼터 '사랑의 집' 21곳을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탈북자들이 거처를 마련하기 전에 머물 수 있도록 선교회 목회자들이 집과 사무실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99년부터 선교회의 도움으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지난 22일 남한에 입국한 李모(48.여)씨 등 72명이나 된다.

다음달 문을 여는 원주의 두부공장은 탈북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탈북자 공동체' 를 만들겠다는 선교회측의 원대한 계획의 출발점.

기독교공동체운동을 펼치는 두레교회 김진홍(金鎭洪.59)대표목사로부터 "탈북자들도 땀흘려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며 부지 30만평을 기증받았다. 이곳에 두부공장을 시작으로 국수공장과 산양 농장 등을 만들 계획이다.

千전도사는 "탈북자 대부분은 동료와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게 직장을 얻어도 곧 그만둔다" 며 "탈북자공동체를 통해 서로 도와가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두리하나선교회 02-598-2129(후원계좌 : 신한은행 241-02-156273 두리하나)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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