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조사와 국정홍보처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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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홍근(吳弘根)국정홍보처장이 지난 토요일 오후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의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세무조사 및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치와 관련된 일부 보도에 대해 "여론을 오도(誤導)한다" 고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우리가 지적해온 것은 국세청과 공정위 조사의 방법.절차상 하자와 의혹이지 정당한 법집행이나 행정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홍보처는 유가지의 20% 초과 무가지부분만 접대비로 간주했다는 국세청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는 세법에도 없는 것일 뿐 아니라 기준.적용방법 등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은 부분이다. 또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행정소송 등을 거치면서 추징액이 심지어 10% 가까이로 줄어든 경우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의 주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런 개별 행정부처의 행위에 대해 정부 대변인이 옹호하며 나서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것이다.

吳홍보처장은 언론경영과 언론자유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내지 않은 세금을 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언론 길들이기냐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엄청난 세금을 추징해 언론사의 존폐까지 위협할 정도의 압박을 가하면서 이것이 언론자유와 무관하다면 누가 그 말을 믿을 것인가.

더군다나 이미 전례없이 거액의 탈루와 추징액을 발표, 언론사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해 놓고서는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내세우며 정당한 문제제기를 여론오도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언론사 조사는 관계부처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며, 정권 차원의 협의는 물론 청와대 보고도 없었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홍보처가 국세청이나 공정위가 따로 반박하면 번거롭기 때문에 정부 대변인의 자격으로 떠맡고 나섰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궁색한 소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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