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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원형의 섬 진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아아, 그 보배로운 섬. 단 하루라도 진도의 길을 터벅터벅 걸어본 이라면 어찌 그 영혼을 사랑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단 하룻밤 별 쏟아지는 진도의 밤하늘을 바라본 이라면 어찌 그 맑고 허허롭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눈빛과 소리가락과 바람과 들꽃들의 깊은 영혼에 깊게 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

한때 전남 진도 바닷가 마을의 초롱한 불빛들을 지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한 적이 있다는 곽재구 시인은 진도의 숨결을 이렇게 글로 표현했다.

그가 극찬한 진도는 국내에서 자연과 전통문화의 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지역 중 하나.

신간은 진도 고유의 정신이 담긴 씻김굿과 다시래기.강강술래.진도아리랑.들노래 등 무형 문화유산들, 원형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진도의 자연,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자연과 문화.역사.삶의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표지를 펼치면 김훈씨의 탐미적인 글솜씨도 그렇지만, 진도의 풍광과 사람들을 담아낸 사진작가 허용무씨의 작품 속으로 단박에 빠져든다.

저자는 진도 씻김굿 인간문화재인 박병천씨의 딸로 무당이 아닌 예술가로서 굿을 한다는 젊은 단골무당 박미옥(사진)씨 외에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진도에 뿌리를 내린 김명수 죽림보건진료소 소장, 다섯살배기 손자를 데리고 쑥을 캐는 할머니 김형심씨, 농촌 삶의 고통을 시로 풀어내는 시조시인 석가정씨 등 천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 말미를 장식했다.

멀리는 삼별초의 난에서부터 임진왜란.한국전쟁 등 모든 참화가 단 한번도 비켜가지 않았던 진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와 화해하고 다시 진도의 품에서 살고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도서출판 이레는 이 책을 시작으로 신라 예술의 보고 경주, 백제문화권 공주ㆍ부여, 고려문화권 강화ㆍ김포, 남도문화권 해남ㆍ강진 등을 다룬 책을 '한국의 숨결 시리즈' 로 묶어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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