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사 세무조사 놓고 대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가혹한 세무사찰이요, 정권 재창출용 언론 길들이기다. " (權哲賢 한나라당 대변인)

"법.원칙에 따른 공정한 조사로 정쟁 대상이 아니다. " (田溶鶴 민주당 대변인)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 지난 21일 민주당과 한나라당간 시각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날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까지 발표돼 두 당은 쟁점마다 거칠게 부딪쳤다.

◇ "총액 부풀렸다" ↔ "탈루 따라 결정" =한나라당은 '중소기업 규모인 언론사의 추징액이 전체 5천억원' 이나 되는 점을 부각했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언론사의 문을 닫으란 얘기" 라고 말했다. 최연희(崔鉛熙)제2정조위원장은 "총액을 부풀린 흔적이 있다" 며 "국세청은 실질소득이 없는 무가지를 접대비로 간주했고, 언론사가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무조건 과세 대상으로 잡았다" 고 주장했다.

당 언론장악저지특위 박관용(朴寬用)위원장도 "69개 계열기업의 탈루액까지 언론사 탈루액에 포함시켜 부풀렸다" 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1994년 김영삼(金泳三)정권 때의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과거에 원칙대로 조사했다면 탈세 규모가 커지지 않았을 것" 이라며 "추징액은 세금을 얼마나 누락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고 받아쳤다.

국세청의 발표도 문제가 됐다. 박관용 위원장이 "검찰에 고발할 때만 공개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일방적으로 추정 탈루액을 발표, 실정법을 위반했다" 고 하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실정법 범위 내에서 공개했다" 고 반박했다.

◇ "언론 장악 시나리오" ↔ "조세 정의"=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조세 정의 차원" 이라며 "당정 협의가 없었다" 고 선을 그었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도 "기업 회계원칙에 따른 것" 이라고 도왔다.

한나라당 權대변인은 "레임덕 방지와 언론사 재편(再編)을 위한 것" 이라며 "제작 DJ, 감독 청와대, 주역 국세청.공정위, 조연 민주당 등 여권의 '언론 장악 문건'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 여론 흐름 추적=두 당은 고민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정치적 작품' 이란 인상을 줄 수 있는 데다 언론과도 거리가 벌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민주당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언론과 언론 기업을 구분해야 한다" 며 "이번 조사는 영업 부문에 대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여론.국민 정서의 흐름을 따져보고 있다. 김기배 총장은 "불의를 보호할 생각은 없다" 고 강조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