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해군 어린이 음악대' 음반 햇빛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가슴으로 들어야 합니다. "

6.25 때 고사리 손들이 유엔군과 야전병원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불렀던 노래를 담은 음반이 47년 만에 발굴됐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7~12세의 어린이 25명으로 창설됐던 해군 어린이 음악대.

YMCA 소속 어린이들을 주축으로 한 이 음악대는 해군 정훈감실에 배속돼 3백81회의 연주활동을 했다. 현재 이화여대 음대교수인 이규도(李揆道), 이여진(李如辰) 씨 등이 당시 음악대원으로 활약했다.

지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의 작곡자이자 장정길(張正吉)해군참모총장의 중학시절 은사였던 안병원(현 캐나다 거주)씨가 맡았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인 1953년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가족을 위한 순회공연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 음악대가 영어로 인사를 한 뒤 경쾌한 가락의 'Bicycle Song(자전거노래)' 과 구슬픈 가락의 'Longing For Brother(오빠생각)' 를 부르자 미국인들은 웃고 울었다. 특히 미국 상원에서 공연했을 때는 닉슨 당시 의장이 "외국합창단이 미국 상원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 것은 처음이며 역사적 사실로 영원히 보존될 것" 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백악관 공연 때는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이들의 노래를 경청했다. 음악대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미국 정부에서 4천만달러의 원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우라니아 사(社)는 어린이 음악대가 미국에서 불렀던 노래를 54년에 음반으로 만들었다. 여기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바다로 가자' '작은 별' '아 목동아' 등 23곡이 수록돼 있다.

이 음반은 최영섭(崔英燮.해사 3기)해양소년단 고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의 한 고전음반 가게에서 찾아내 지난 19일 해군에 기증했다.

崔고문은 "6.25 전쟁의 교훈을 일깨우기 위해 여러지역을 샅샅이 뒤져 음반을 찾아냈다" 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