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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의 마켓뷰] 글로벌 머니 유입, 1분기 실적 … ‘스텝 업’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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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었다. 남유럽 재정 위기나 중국의 긴축 같은 지수 상승 부담 요인이 여전한데도 코스피지수는 좋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이런 흐름이 이어져 주식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정부의 재정 여력과 재정의 집행 순발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좋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위기에 대처하려고 푼 재정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네 번째였다. 속도도 빨랐다. 지난해 1분기 중 연간 예산의 32.5%, 상반기에 64.8%를 조기 집행했다. 그 덕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위기에서 벗어났다. 올해도 비슷하다. 270조원 중 160조원을 상반기에 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당장 2월 말까지만 해도 당초 계획인 47조3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을 더 썼다. 한국의 재정 건전성과 이에 근거한 조기 집행은 ‘한국이 신흥시장 중에 위험이 가장 덜한 나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넘치는 돈에 의한 ‘유동성 장세’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장점은 지난해와 같이 주식시장을 떠받칠 호재라 할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리정책 차이도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선진국은 당분간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재정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도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반대로 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신흥국 경제의 체력이 선진국보다 월등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 몰리는 이유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영리한 글로벌 머니들은 주가 상승과 환차익이라는 겹수익을 누리게 됐다. 한국도 글로벌 스마트 머니가 몰리는 신흥 시장 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올해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들어가리란 기대감도 있다. MSCI 선진지수를 투자지표 삼아 움직이는 자금을 계산하긴 어렵지만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3조 달러 보다는 월등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5조 달러만 잡아도 약 20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그리스·포르투갈·이스라엘 등 우리보다 먼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 국가들은 하나같이 지수 편입을 계기로 1~2년간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다.

1분기 실적도 긍정적 재료다. 올해 1분기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3분기를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애널리스트들은 정보기술(IT)·자동차·에너지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를 계속 늘려 잡고 있다. 이런 실적 모멘텀이 주가에 반영될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해 3~4월에도 1분기 실적 개선과 2분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더해져 코스피지수가 1150에서 1350까지 올랐다.

최근 경기선행지수의 하락 전환과 맞물려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어느덧 전 고점을 넘었다. 경기선행지수가 꺾인다고 해도 물가에 자극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밀려들면 주가는 오르는 게 상례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한국 증시의 한 단계 도약에 자신감을 갖고 대응할 때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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