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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만 받던 코스트코, 이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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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금, 수표 아니면 삼성카드.

미국계 회원제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물건을 살 때 쓸 수 있는 결제 수단은 현재 이 세 가지뿐이다. 다른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

그런데 삼성카드가 독점한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카드사 간 경쟁이 한창이다. 코스트코가 다음 달 삼성카드와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제휴 카드사 선정을 경쟁 입찰에 부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코스트코코리아에 제안서를 제출한 카드사는 4곳. 기존 파트너인 삼성카드는 물론 신한·비씨·현대카드가 뛰어들었다.

대형마트가 카드사에 ‘갑’이라면, 코스트코는 ‘절대 갑’쯤 된다. 코스트코는 전 세계적으로 ‘1국가 1카드사’ 정책을 취하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2000년 삼성카드와 가맹계약을 맺은 이후 다른 카드사와는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지난해 1조원가량이었던 코스트코 카드 결제 금액은 고스란히 삼성카드의 몫이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신용판매 실적(38조8700억원) 중 2.5%에 해당한다.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안 맺고는 각 업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코스트코가 한 카드사와만 계약을 맺는 건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한 곳에 결제를 몰아주는 대신 가맹점 수수료를 깎는 것이다. 코스트코코리아 측은 “여러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으면 금융수수료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물건 값도 높아진다” 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트코는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0.7%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낸다. 다른 대형마트 수수료율(1.6~1.9%)의 절반도 안 된다. 그만큼 물건 값을 낮춰 소비자도 이익이라는 게 코스트코의 논리다.

가맹점 수수료율 0.7%만 보면 카드사엔 남는 게 크지 않은 장사다. 게다가 이번 입찰에선 각 사가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써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마진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경쟁에 뛰어든 건 홍보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른 카드는 안 되고 이 카드만 되다니 대단하다’고 여겨 카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해진다”고 말한다. 또 코스트코 매장에서 카드 고객을 모집하는 등 점포를 카드 마케팅 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용 고객의 특성도 카드사들이 눈독 들일 만하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이용 고객 중 상당수가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 경험이 있는 등 고객의 ‘질’이 우수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로서는 우량 고객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 고객이 한 번에 결제하는 금액(객단가)은 20만원 정도다. 평균 5만원 안팎인 다른 대형마트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10년 파트너인 삼성카드를 실제 버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번 입찰을 ‘삼성카드 길들이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른 대형마트는 여러 카드사와 손잡고 ‘가전제품 10개월 무이자’ 같은 각종 이벤트를 벌인 데 비해, 그동안 코스트코에선 별다른 카드 이벤트가 없었다. 마케팅에 소극적인 삼성카드를 자극하기 위해 코스트코가 경쟁 입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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