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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면 ‘인턴’ 에 도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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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채용과 연계된 인턴십은 학벌 중시 풍토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인턴 과정에서 서류전형이나 면접만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개개인의 능력과 품성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턴십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의 인턴 프로그램도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인턴=예비사원’인 만큼 우수한 인턴을 뽑아 육성하는 것이 기업의 인재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턴십을 통한 채용이 확산되면서 학벌이나 스펙(취업 자격요건)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일단 인턴을 선발한 후에는 실무능력만 들여다보는 만큼 제로 베이스에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SK그룹 전종민 인사담당 부장은 “입사 성적이 우수하다고 반드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턴 제도만큼 지원자의 사고력과 실행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좋은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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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앞 다퉈 도입=포스코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했다. 대신 올 신입사원 250명 전원을 인턴 중에서 선발하기로 했다. 7~8월에 뽑는 인턴 500명 중에서 절반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도 인턴십으로만 신입사원을 뽑기로 하고 인턴 22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STX그룹은 올해 인턴십을 확 바꿨다. 상반기에 인턴 500명을 뽑아 능력이 검증된 경우 모두 신입사원으로 채용키로 했다. SK그룹은 대졸 사원의 절반 이상을 인턴십을 통해 선발하고, 내년부터 인턴십을 통한 채용 규모를 더 늘리기로 했다. CJ그룹은 상반기 중 채용을 전제로 인턴 200명을 모집한다.

LG그룹은 올해 인턴의 80%가량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인턴십으로만 신입사원을 뽑는 LG텔레콤은 200명 이상의 인턴을 모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채용한 인턴 800명 중에서 정식 사원을 선발하기 위한 최종 면접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좋은 평가를 받은 인턴들은 가급적 채용할 예정”이라며 “제도가 괜찮다고 판단될 경우 앞으로 인턴의 정규직 채용 규모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도입하나=기업으로선 일을 맡겨보고, 동료들과 지내게 해본 뒤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는 지원자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CJ그룹 이정국 인사담당 부장은 “기존 공채 방식으로는 능력을 과대 포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지원자를 가려내기 쉽지 않지만 인턴을 시켜보면 여지없이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한두 번의 면접만으로는 직무 능력과 조직 적응력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함께 일해 보면 적성과 능력·팀워크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대기업들의 공채가 집중된 11월 이전에 인턴십을 운영하면 양질의 인력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GS칼텍스 이병찬 인사팀장은 “인턴십 과정에서 회사에 호감을 갖게 되고 로열티가 생기면 우리 회사에 지원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인턴십을 거친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낮다는 점도 기업들이 반기는 이유다. 인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 기업과 업무에 어울리는지를 판단한 뒤 입사하는 만큼 입사 후 직장을 떠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LG텔레콤 양효석 인사팀장은 “인턴제도와 채용을 연계한 결과 신입사원들의 직무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직률은 업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을 화려하게만 생각했다 입사 후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인턴십을 통해 유통업을 직접 체험한 신입사원들은 이직률이 낮다”고 말했다. 인턴십 기간에 인턴의 적성을 파악할 수 있어 채용 후 곧바로 적재적소 배치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인턴 프로그램도 진화=기업들은 인턴 선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졸 공채와 마찬가지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으로 인턴을 뽑는다. SK는 비즈니스 영어 평가인 BULATS, TOEIC 말하기 테스트 점수를 보기로 했다.

인턴십 과정도 갈수록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다 끝나는 인턴십은 사라지고 인턴에게 정규직과 같은 역할을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4주짜리가 대부분이던 인턴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LG텔레콤은 하계·동계 인턴을 기술·마케팅·일반사무 부문으로 나눠 모집한 뒤 6주간 현장에서 근무시키고, 입사 후엔 인턴십을 했던 부서에 배치한다. LG생활건강은 마케팅·영업분야에 특화된 ‘세일즈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5주간의 근무 중 기획·재무·판매 등을 모두 경험토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은 인턴기간 뒤 롯데자이언츠 야구시합 관람을 통해 소속감을 심어준다.

CJ그룹은 간부급 멘토가 업무과제를 주고 평가하는 반면 선배인 대리·사원들은 업무 적응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 8주간의 인턴십 기간에 인턴이 계열사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2주에 한 번씩 인턴사원이 함께 모이는 전체 모임을 진행한다. GS칼텍스는 두 달간의 현업근무 중 개별 프로젝트를 맡겨 수행 정도를 평가한다. 포스코와 롯데백화점은 인턴 평가 때 합숙하는 심층면접을 도입했다.

기업들이 인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CJ는 신입사원으로 뽑힌 인턴이 학기가 남은 경우 등록금을 대준다. 동부제철도 인턴십 성적이 우수하면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상렬·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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