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노사정 공식 대화채널 복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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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론의 집중공세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노동계 연대파업이란 급한 불은 꺼졌으나 노사불안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하반기에 또다시 홍역을 치르지 않으려면 이번 파업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보다 확실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표면적으론 개별사업장의 임단협 문제에서 촉발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구조조정 문제와 장기적 제도개선 사항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없다는 점도 파업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따라서 노사정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은 노사가 협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이 망하더라도 직원은 한 명도 감원돼선 안된다는 노조의 생떼나 구조조정기를 틈탄 무모한 정리해고의 폐습은 모두 지양해야 한다.

노사정이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보호대책 등 현안도 속히 처리해야 한다. 상생(相生)의 원칙 아래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노사정간의 공식적 대화채널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외로운 장외 투쟁을 중지하고 즉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공식적 대화채널을 활용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노사정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노동계는 기업가를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재산을 투자해 기업을 키워나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사용자는 해고 등의 살벌한 대응방식보다 따뜻한 가족애로 노동자를 대해야 한다. 정부도 노동계를 원망하기 보다 정성스럽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노사정은 세계화의 격랑을 함께 헤쳐나가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선한승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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