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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회. 북한 역사학 실체 파헤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남북관계의 진전과 함께 북한 역사학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남북한의 통사(通史)와 개설서를 집중 분석한 『하나의 역사, 두개의 역사학』(정두희 지음, 소나무)이 출간돼 북한 역사학에 대한 개안(開眼)의 계기를 제공하더니, 이번에는 역사학계 처음으로 그것을 공론화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진보적 소장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역사연구회(회장 방기중)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는 '북한 역사학의 어제와 오늘' 심포지엄이다.

주최측은 이번 학술대회가 분단사학을 극복하는 '통일역사학' 의 출발점이라고 천명했다. 1990년대 전후 남북한 역사의 차별성에 주목해서 일궈낸 성과를 긍정적이며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연구회 멤버들은 이번 심포지엄을 위해 주제별 연구를 계속해 왔다. 이번 발표는 그 작은 결실 중의 하나로, 북한 역사학계의 구성과 시대구분은 물론 정치제도사.사상사.생활풍속사 등을 망라했다. 어쨌든 상이점보다는 남북한이 공유할 수 있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 게 목적이다.

먼저 올해 초 북한 역사학계를 돌아보고 온 국사편찬위원회 김광운 편사연구사는 '북한 역사학계의 구성과 활동' 을 발표한다. 김연구사는 "조선노동당의 지도 아래 활동하고 있는" 북한 역사학계의 조직과 단체의 특징 등을 소개한다. 특히 1956년 창설된 당역사연구소가 '혁명전통' 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관련 연구자들을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조직이라고 한다.

한신대 권오영 교수의 '시대구분론-단군릉과 대동강 문화론' 은 최근 북한의 연구성과와 우리 학계의 수용실태를 분석한 것. 권교수는 "북한은 1993년 단군릉 발견 발표 이후 단군은 실존인물이며 고조선의 건국연대는 단군신화보다 오히려 더 오래된 5천년 전이고, 중심지는 지금의 평양 일대라고 주장한다" 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대동강 문화론' 은 우리 학계에서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못할 날조' 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권교수는 이를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의 방편으로 여겨야 한다" 며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이밖에 서울대 규장각 도면희 연구원은 1980년 이후 북한의 주체사관을 '역사의 타락' 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 나름의 '민족국가' 유지를 위한 이념적 변화로 해석하며, 신주백 고려대 강사는 갑신정변을 조선후기 자본주의적 발전의 합법칙적 산물로 보는 북한 역사학계의 관점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분석한다.

가톨릭대 박광용 교수는 북한 학계의 사상사 연구가 성리학 중심이라고 보면서 그 성과가 남한 학계에 어떻게 유입돼 통설로 자리잡았는지를 조명한다. 박교수는 실학자 중 다산 사상과 북학 사상, 최한기 등의 기(氣)철학, 양명학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정두희(서강대) 교수는 『하나의 역사, 두개의 역사학』에서 민족주의사관과 주체사관으로 제갈길을 간 "남북한 역사학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는 식의 논지를 폈다.

이번 심포지엄이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풀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02-586-4854.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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