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홈페이지 첫 평가 上] 1등이 겨우 64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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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백점 만점에 평균 52점. 52개 정부 부처 홈페이지의 현주소다.

1위를 차지한 기획예산처도 64점을 받는 데 그쳤다.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정보화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19위에 머물렀다.

◇ '구색 갖추기' 에 그친 외국어 홈페이지〓검찰청 한글 홈페이지에는 지난 5월 22일 취임한 신승남 검찰총장의 사진과 인사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문 홈페이지에는 박순용 전 총장이 6월 18일까지 총장으로 돼 있었다.

중소기업청 영문 홈페이지는 부처 간판의 철자조차 틀렸다. 'Administration' 을 'Administartion' 으로 써놓았다.

건설교통부 영문 홈페이지에서 통계를 클릭해 보면 두 건의 자료밖에 없다. 그마저 1998년과 99년에 올려놓은 것이다. 대구대 조덕호(행정학)교수는 "월드컵.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영문 홈페이지 보완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 여전한 '공급자 중심' =법무부 홈페이지의 사이버 자료실을 보면 첨부 파일이 아래아한글 파일로 돼 있다.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이 없는 사람은 자료를 내려받아도 읽을 수가 없다.

주 메뉴에서 하부 메뉴로 옮겨가면 다시 주 메뉴로 되돌아오거나 다른 하부 메뉴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아예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감사원 홈페이지는 열차례 접속을 시도하면 두세 차례 성공할까말까 할 정도로 접속 자체가 잘 안된다. 한 홈페이지 운영자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전담 운영자를 충분하게 두기 어려워 이용자 입장까지 배려할 여력이 없다" 고 털어놓았다.

◇ 아직 먼 '온라인 민원' =금융감독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인터넷 민원접수' 란 코너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접수하는 민원은 금감위 업무에 대한 질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각종 인.허가 서류의 경우 우편을 통해서는 접수할 수 있어도 인터넷으로는 안된다. 대부분의 부처가 이처럼 겉으로는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용은 단편적인 질의.응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 김성태(행정학)교수는 "현재 민원 절차는 사람이 직접 왔다갔다 하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며 "온라인 민원 처리를 위해선 절차부터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고쳐야 한다" 고 지적했다.

◇ '일방통행' 인 여론 수렴=국무총리실 홈페이지에 있는 '국민의 소리' 메뉴의 '정책건의' 란에는 지난해 1월 이후 4천여건의 제안이 올라 있다. 그러나 정작 총리실의 답변란은 모두 비어 있다. 여론 수렴 장치는 있어도 국민들이 올린 제안이나 아이디어 또는 지적사항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감감 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하다.

여론조사.정책포럼과 같은 민의수렴 장치도 유명무실한 곳이 많다. 노동부엔 설문조사 코너가 있지만 올 들어 조사는 한 건도 없었다. 비리나 규제 신고의 경우엔 이름.주소는 물론 주민등록번호와 전호번호까지 적도록 해 사실상 이용을 막고 있다.

한국전산원 김동현 박사는 "인터넷은 시간.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여론을 수렴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 이라며 "이를 활성화하려면 여론에 대한 피드백이 공개적이고 성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고 말했다.

◇ 무성의한 통계.자료 관리=보건복지부 홈페이지의 통계정보 메뉴를 클릭하면 4개의 항목이 나온다. 이 중 '일반 통계' 란에 올라 있는 자료는 총 6건. '행정통계' 란엔 99년과 2000년에 한 건씩 올린 게 전부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2001년 주요 업무계획' 은 토씨만 빼고 모두 한자로 돼 있어 청소년 담당부처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환경부 홈페이지엔 어린이와 환경이란 코너가 있는데 여기에 링크된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이트는 접속이 안된다.

◇ 다양한 계층 배려 미흡=정부 부처 홈페이지인데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가 유일했다. 그나마 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첫 화면에서 '시각 장애인마당' 이란 메뉴를 클릭해야만 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 이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도 장애인 시설을 안내하는 메뉴가 없다. 노인들을 위해 글자를 확대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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