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폭행·협박… 한국상인들 '눈물의 칭다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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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최대 투자 거점인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최근 한국 상인들의 피해 사건이 잇따라 중국 진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 피해 사례 1=서울 가락동의 정보(正輔)농수산 대표로 있는 차한식(車漢植.59)씨가 칭다오 공항에 내린 것은 지난 2월 19일. 1998년부터 거래가 있던 중국인 리수성(李書生.32)이 좋은 마늘이 있다고 해 구매 상담차 칭다오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李는 車씨를 시골의 외딴 가옥에 감금하고 몸값 지불 각서까지 요구했다.

李는 한국으로부터의 송금을 요구하다 중국 공안(公安.경찰)이 낌새를 채고 출동하자 납치 보름여 만인 3월 6일께야 車씨를 풀어주었다.

그러나 李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무역을 대행해주는 칭다오 핑두(平度)수출입총공사를 내세워 車씨가 99년부터 중국 농산물을 네차례나 수입하고선 이제까지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 출국을 금지시켰다. 車씨는 "대금을 치르지 않고선 상품을 수입할 수 없는 무역 관행상 미결제 대금은 있을 수 없다" 고 반박했다.

감금과 협박으로 지병인 고혈압마저 도져 심신이 피폐해진 데다 여비마저 떨어진 車씨는 칭다오 중급법원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여권도 빼앗긴 상태지만 중국 당국은 李를 체포조차 하지 않고 있다.

◇ 피해 사례 2=93년 칭다오의 첨단과학기술공업원인 중한진(中韓鎭)다마이다오(大麥島)촌에 1백만달러를 투자, 전자부품 공장을 세운 권영준(權寧俊)씨는 최근 자살 일보 직전의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다마이다오촌 소속의 화마이(華麥)안전환경보호기술발전공사와 2008년까지 15년간 토지 임대 계약을 하고 공장을 지어 97년 종업원 4백50명의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키웠으나 權씨도 모르는 사이 공장 부지가 팔려버린 것이다.

다마이다오촌측이 權씨의 칭다오 테크노다인 전기공업유한공사가 위치한 공장 부지를 97년에 부동산 회사에 판 뒤 이같은 사실을 權씨에게 알리지도 않았던 것. 특히 화마이공사는 99년 초 밀리지도 않은 공장 부지 임대료가 연체됐다며 칭다오 라오산(山)법원에 토지 임대차 계약을 해제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달 뒤 전기가 끊겼고 공장을 지키려던 權씨는 정체불명 괴한들에게 두차례나 폭행 당한 끝에 그해 11월엔 생명처럼 여기던 공장이 끝내 강제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權씨는 오히려 공장 부지 임대료 체불로 중국 법원에 제소 당했으며 2년간의 법정 투쟁 와중에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중국 내 영업 허가까지 취소 당했다.

◇ 문제점=피해가 발생하면 한국 상인들이 우선 찾는 곳은 칭다오 한국 총영사관. 그러나 접촉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어렵게 총영사관 영사들과 면담이 이뤄져도 해결은 쉽지 않다. 총영사관에서 중국의 관계기관에 공문을 띄우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97년 칭다오 시정부에서 발행한 한국 투자기업 명단에는 3백여개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4년이 흐른 현재 이중 40% 정도가 칭다오를 떠났다고 현지의 한국인들은 말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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