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1주년 포럼] 보수-진보 나눠 3시간 넘게 열띤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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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앙일보가 4일 마련한 디지털국회(디국) 출범 1주년 기념 포럼은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 참석자들이 3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개회 시간인 오후 7시를 한시간 이나 앞두고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 등 토론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각각 4명의 패널들은 사전에 먼저 모여 준비했던 내용을 점검해보며 작전을 짜는 등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를 맡은 숙명여대 박재창 교수는 개회를 선언하면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로 한국 역사에서 기념되는 자리"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주제에 대한 토론보다는 온라인 토론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 온 형식이라는게 의미가 있다.이는 간접민주주의가 산업사회의 유물이 된 지금 정보사회에서 새로운 대안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해 박수를 받기도.

○…최재천 의원의 '수도이전과 헌재 위헌 판결'에 대한 기조 발제가 끝나자 방청객으로 참가한 디지털 국회의원 이형익씨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최 의원의 발언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갔다. 이씨는 법학박사인 최 의원을 법리적으로 공격하는 질문을 잇따라 던져 최의원이 당황하기도 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토론 도중 자신을 '노빠'또는 '안티 노빠'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보측 패널 좌장격인 신상철(필명 가우리)씨는 발언을 할 때 마다 "노빠 로서 말하자면…"을 연발했다. 골수 '노빠'라고 밝힌 조인구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개혁을 추진한다고 선언해 대통령이 됐는데 개혁도 못하고 민생도 못살려 죽도 밥도 아닌 상태라 열받아 (노빠에서) 돌아선다"라는 분석을 곁들이기도 했다.

디지털 국회에서의 노빠 생존기를 쓰고 있다는 김수해씨는 "노빠들이 현재 기득권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도 문제"라며 "노빠가 살아남으려면 현 정부가 여론을 수렴해 가는 정치를 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안티 노빠'라는 김경숙씨는 "프랑스나 중국 공산당은 무섭지 않은데 북한 공산당은 너무 무섭다"며 "현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 무서운 북한 공산당을 지원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없던 아줌마가 '안티 노빠'가 됐다"고 몰아 붙이기도 했다.

○…토론자들과 방청객들은 중국 고사성어와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논리를 펼쳐 디국의 높은 수준을 실감하게 했다.디국에 참가하는 김성진(연세대생)씨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인지, 아니면 노빠의 수장인지를 묻고 싶다"는 질문을 던지면서 삼국지에 나온 조조가 적군의 수장을 품고 갔던 일화를 빗대기도 했다.

○…디국 1주년 포럼은 열띤 공방속에 예정된 두시간을 훌쩍 넘기고 10시에 끝났다.토론을 거듭한 디국 의원들은 한때 상기된 표정으로 논쟁을 벌이다 토론을 끝내고는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 온라인 디국에서 거듭 토론해보자며 끈끈한 우애를 과시했다.

○…사회자인 박재창 교수는 마무리를 하면서 "1주년 포럼이 의견을 집약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한뒤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데만 익숙해져 있는 것이 이런 성향을 낳고 있다.영국에선 인터넷 토론을 정리·조정하는 코디네이터(시삽)를 국가에서 훈련시키고 있는 점을 배울만하다"고 제시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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