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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 '토토로' 한국 흥행 시선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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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금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관심이 이 저패니메이션 한 편의 개봉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로 다음달 28일 개봉하는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다.

이 작품이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당시 음악.방송 등과 더불어 국내 시장에 강한 펀치를 날릴 것으로 예상됐던 저패니메이션의 향후 진로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말 극장에 걸렸던 '무사 쥬베이' '인랑' 등의 잇따른 흥행 참패가 있다. '요수도시' 라는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매니어들이 결코 흘려넘길 수 없는 이름인 가와지리 요시야키 감독의 '무사 쥬베이' 는 서울 관객 1만명을 채 넘기지 못했다.

'공각기동대' 의 오시이 마모루가 원안과 각본을 맡았던 '인랑' 역시 고배를 마셨다. 기대를 모았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가 동원한 관객 수는 그 명성에 비해 초라한 13만명(전국 관객)이다.

사실 폭력성.선정성 등을 지적받았던 '무사 쥬베이' 나, 매니어가 아닌 일반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기엔 감독의 철학적이고 난해한 입김이 부담스러웠던 '인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은 저패니메이션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시점에 걸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이에 비해 '이웃집 토로' 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가족용이고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미국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기에 낙관론이 대두하는 것이다.

물론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애니메이션 평론가 김준양씨는 "저패니메이션의 연이은 흥행 실패,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 등을 감안했을 때 얼마나 선전할지는 미지수" 라고 전망한다. 대원 C&A와 공동판권을 갖고 있는 일신창투측은 '토토로' 의 해적판 비디오를 이미 본 사람들이 극장에 다시 나올 것인가를 주시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 는 1996년 대원 C&A가 미야자키 감독이 속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판권을 일괄 구입할 때 수입됐다. 전문가들이 '저패니메이션 개봉 1호' 로 꼽아왔음에도 그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요건에 들지 않아 개봉이 미뤄져왔다. 지난해 말 부천 국제대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에서 우수 작품상을 수상, 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88년 제작된 '토토로' 는 개봉한 해 제43회 마이니치 콩쿠르 일본영화대상을 비롯,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지금까지도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소풍날이면 '토나리노~토토로~토토로~(이웃집 토토로)' 를 합창할 정도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10년에 걸친 작업 끝에 탄생한 토토로는 미야자키 감독이 만들어낸 털이 북실북실하고 포동포동하게 생긴 숲 속의 요정. 부엉이와 너구리, 그리고 곰을 뒤섞어놓은 듯한 이 요정은 키가 2m가 넘으며 오직 순수한 동심을 지닌 아이들의 눈에만 보인다.

농촌에 사는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어느날 말로만 듣던 토토로를 만나면서 토토로와 아이들의 신비롭고 가슴 훈훈한 우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토토로가 먼 거리를 갈 때 애용하는 고양이 버스, 자매의 집 구석에 숨어 사는 검댕이 먼지 요정 등 토토로 외에도 깜찍한 캐릭터들이 많다.

미야자키 감독이 "일본 국민을 위해 만들었다" 고 말한 대로, 60년대 일본의 농가를 무대로 해 향토색이 물씬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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