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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폐기장 유치 '민-민 갈등'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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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3천억원의 지원금이 걸린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공모의 마감일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시설유치 찬.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전남 강진.진도.영광군과 전북 고창군 등 네곳 주민들이 잇따라 지자체에 유치희망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이 유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

지난 2~4월 주민들이 유치 청원서를 냈던 충남 당진.보령.태안 등 3개 시.군의 경우 지자체가 "주민 대다수의 의견이 아니다" 며 반려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지자체의 처리가 주목된다.

강진군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유치위원회는 15일 "대구면.칠량면 일대에 시설을 유치해 달라" 며 군에 청원서를 냈다. 이날 군내 유권자 3만7천여명 중 44%(1만6천3백여명)의 찬성 서명부를 첨부한 유치위측은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시설유치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진도군민 유치위도 이날 주민 6천1백12명(유권자의 19%)의 서명을 받아 군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13일에는 고창군 주민 1만2천4백90명(유권자의 21%)이, 11일에는 영광군 주민 2만5천여명(유권자의 52%)이 각각 청원서를 냈다.

그러나 유치 반대 움직임도 만만찮다.

진도 방사성 폐기물 반대 대책위는 지난 14일 노인회 회장단 1백70여명과 함께 유치 반대 결의대회를 가졌으며, 강진군 농민회.청년단체들도 유치반대 서명을 벌이고 있다.

영광군에서는 유치 찬성 서명과정에서의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영광군 반대 대책위는 "폐기물시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측이 유치위원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고 서명과정에 개입했다" 며 "규탄대회를 열고 신청 철회 투쟁을 벌이겠다" 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자체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강진.진도군의 경우 반대운동이 거세자 군의회에 상정을 보류한 상태며, 영광군도 허위서명 의혹이 제기되자 공식 입장 발표를 유보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장 유치 신청은 주민들이 청원을 하면 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산업자원부에 신청토록 돼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유치신청 지자체가 없을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측이 다음달부터 지자체와 직접 협의를 벌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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