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 공정심의 '사각지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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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KBS1.2, MBC, SBS 등 주요 지상파TV 3사가 방송하는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 여부를 방송위원회가 제대로 심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방송사의 4개 채널이 올들어 5월 말까지 뉴스 프로그램에서 공정성과 관련해 방송위에서 주의.경고 등 제재를 받은 것은 모두 6건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수치상으로는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계 안팎에서는 방송법 상 방송위의 심의대상인 이들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위가 지난 4월 전주 MBC '뉴스데스크' 의 뉴스 내용에 대해 경고를 내린 것은 한 사례다.

당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던 새만금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의 의견만을 방송한 것은 보도의 공정성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유재천(劉載天.언론정보학)한림대 교수는 "대북.환경문제 등을 다루면서 정부의 시각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반대시각들을 함께 보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특히 방송사의 잘못된 보도에 따른 반론.정정 등을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여러 법적 장치가 있지만, 중요한 사회적 의제에 대한 공정보도의 잣대가 제대로 설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劉교수는 "방송위가 공정성의 기준을 정하고 너무 포괄적으로 돼 있는 심의규정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고 강조했다.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의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손승혜(孫承惠.신문방송학)세종대 교수는 "(KBS.MBC 등)공영방송은 다양한 시각을 보도해야 한다" 며 "이런 점에서 MBC가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관련 보도 등 자사의 이해와 관련된 뉴스를 지나치게 많이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 고 꼬집었다.

뉴스 프로그램 모니터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이 부족한 것도 방송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지상파 3사의 뉴스 프로그램은 모두 25개로 KBS1이 '뉴스9' 등 8개, KBS2가 '뉴스투데이' 등 4개, MBC가 '뉴스데스크' 등 8개, SBS가 '8뉴스' 등 5개다.

방송위 관계자는 "뉴스를 포함한 프로그램 모니터를 위해 채널별로 7명씩 모두 28명의 심의원(모니터)등이 활동하고 있다" 고 밝혔다.

방송위가 대부분 주부인 심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교육.연수를 시키고 있어 뉴스 모니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방송학자는 "방송의 공정성 심의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현재의 모니터 요원들로는 효율적 심의가 어려운 게 사실" 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우수한 모니터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뉴스 심의를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세종대 孫교수는 "뉴스에 대한 심의 강화는 언론자유를 해칠 소지가 있는 만큼 꼭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고 밝혔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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