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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된 당진 석문 갈대밭 ,철새는 날아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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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겨울철새 서식지인 충남 당진군 석문국가산업단지내 대규모 갈대밭이 베어진 후 덩어리 상태로 방치되자(사진)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광석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군지회장은 "한 사료공급업자가 지난달 초부터 10여일간 대형 예초기로 갈대를 벤 후 흰색 비닐로 싸서 그대로 방치하는 바람에 해마다 찾는 철새들이 자취를 감췄다"면서 "지난 1일에도 이곳을 찾은 재두루미 30여마리가 곧바로 사라졌고 기러기떼도 주변만 맴돌다 날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에 따르면 이맘때면 석문단지 갈대밭은 서산 천수만과 마찬가지로 시베리아에서 온 가창오리.쇠기러기 등 겨울 철새 10여만 마리로 장관을 이뤘는데, 올해 갈대밭은 사라지고 지름 1.5m정도의 흰색 비닐 덩어리가 산재해 있어 더이상 철새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석문단지를 관리하는 충남도는 갈대 채취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대지를 갈아엎는 등의 개발행위가 아닌데다 자생한 갈대가 충남도 재산으로 등록된 것도 아니라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료업자는 비닐 속에서 갈대를 발효시킨 후 축산농가에 사료로 판매하기 위해 한 동안 갈대 비닐 더미를 계속 방치할 전망이다.

이 갈대밭은 간척지에 조성된 석문단지가 1991년 국가공단(365만평)으로 지정받았으나 개발이 지연되면서 갈대가 자생해 만들어진 것이다. 석문단지는 최근 사업시행자가 국가에서 토지공사로 바뀌면서 내년부터 개발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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