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무죄판결 받은 만화가 이현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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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천국의 신화』 유죄 판결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있던 14일 오전 이현세씨는 재판에 30분 지각했다.

재판이 계속 연기돼 선고 공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부랴부랴 달려간 재판정. 판결은 무죄였고,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을 나서는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李씨는 "작품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자신감이 생겨 한없이 기쁠 따름" 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법부가 만화도 예술장르의 하나로 인정한 것으로 보여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고도 했다. 그만큼 만화를 그리지 못하는 괴로움과 인간적 모멸감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받아 울고 들어올 때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

설상가상으로 기소된 뒤인 1998년 4월 노모가 강도의 흉기에 찔려 숨졌고 올 초에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음란물 작가라는 굴레를 벗은 만큼 그는 20일부터 인터넷 만화사이트 '코믹스 투데이' (http://www.ComicsToday.com)에 『천국의 신화』를 다시 연재하면서 일에 몰두할 생각이다.

기소될 당시 1부 『하늘과 땅』, 2부 『전쟁의 신』 등 총 11권까지 출간됐었던 『천국의 신화』는 3부 『개벽』에서 건국신화를 다룬다.

쟁점이 되었던 만화의 '집단 강간'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비록 한 컷 뿐이지만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니까요. 공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되는 것과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

기선민.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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