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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노유연 "제2의 임춘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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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육상계가 "제2의 임춘애가 나왔다" 며 흥분하고 있다.

여중 2학년 노유연(14.인천시 간석중)이 13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전국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백m 경기에서 여고.실업 선수들을 따돌리고 2분10초2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1천5백m에서도 4분23초76으로 우승했던 노유연은 2관왕에 올라 한국 여자 육상에 희망을 안겨줬다.

1m56㎝.42㎏의 왜소한 체격에다 까만 피부와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가진 노선수가 트랙을 달릴 때면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새끼 가젤의 질주처럼 경쾌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을 시작해 6학년 때 대한육상연맹의 육상 꿈나무에 뽑혔던 노선수는 내년 8백m 한국기록(2분5초11), 2년 후 아시아기록(1분55초54) 경신을 목표로 세울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1천5백m 한국기록(4분14초18)에도 10초 차이다.

임춘애는 고교 2학년이던 1986년 아시안게임 8백m에서 2분5초72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중학 2학년인 노선수의 최고 기록은 2분9초다. 지난해 5월 중장거리 종목에 처음 출전한 뒤 대회마다 3~10초 가량 단축하며 1년여 만에 세운 기록이다.

게다가 노선수를 지도하는 이광기 코치는 아직 어린 노선수의 몸이 만들어지도록 체력 훈련만 할 뿐 스피드 훈련은 별로 시키지 않았다.

매일 아침 미역국을 끓여 주며 노선수를 돌보는 이코치는 스피드 훈련에 들어가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기록 경신 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선수도 임춘애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라면만 먹고 크지는 않았지만 전남 장흥에서 농사를 짓다 농한기가 돼야 인천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와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밝게 자랐다.

노선수는 "달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별 관심이 없다" 고 말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이종각 박사는 "중거리 선수로는 몸 밸런스가 최고며 심폐기능과 피로 물질 분해 능력이 뛰어나다" 며 "나이를 감안하면 황영조 선수에 전혀 뒤지지 않을 타고난 육상 선수" 라고 노선수를 평가했다.

성호준.이철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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