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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새로운 4년] 우리경제 어떤 영향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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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이 우리 경제의 대외 여건 개선에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게 국내 주요 연구조사기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는 부시 재선 이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되고 달러 환율이 약세를 띠어 한국경제 회복과 수출 증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4일 전망했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강경정책이 지속돼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힘들다는 게 한가지 이유다. 또 미 정부가 무역적자를 줄이려고 달러 약세를 통한 수출증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경제정책 방향 전망'보고서에서 향후 중동의 불안과 지정학적 위험이 유가상승 요인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부시 정부가 석유의 전략 비축 정책을 고집하고 중국.인도 등 급성장하는 대국들의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환율은 미국의 대규모 재정.무역적자로 완만한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특히 재정적자 감축이 부진하고 통상마찰이 중국.일본 등의 반발을 불러올 경우 달러화 가치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2004 미 대선의 의미와 영향'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더욱 존중하는 친시장적 정책을 강화하겠지만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도하개발어젠다(DDA) 등을 통해 강력한 통상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자국 무역수지 적자의 3분의 1 이상을 점하는 한.중.일 3국에 대해 외환정책을 수정하고 환율을 내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도 "부시의 통상정책은 존 케리보다 유화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미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근접함에 따라 언제 공세적으로 바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가 한국의 국가위험도를 높일 가능성도 거론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부시 2기 정부 역시 종전의 6자회담을 밀고나가겠지만 집권 후반기까지 뚜렷한 해결 기미가 없으면 군사적 해법을 포함한 강경조치를 취하거나 북한 내정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국내 정책은 근로의욕 고취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감세정책과 재정적자 정책을 지속하고 세금 감면, 규제 완화 같은 친(親)기업적 산업정책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은 미 대선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4일 서울주식시장에서 '부시주'로 꼽히는 철강.기계 업종은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고, '케리주'로 꼽히는 정보기술(IT) 종목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증권의 임동필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증시는 미 대선의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중국 경기 경착륙, 원자재 가격 하락 우려, 유가 불안, 내수 부진 등의 근본적인 요인에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일.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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